십지품(十地品) [3]에서는 십지품 [2] 제2 이구지(離坵地)와 제3 발광지(發光地)를 마치고 제4 염혜지(焰慧地)와 제5 난승지(難勝地)를 설하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먼저 염혜지(焰慧地)란, 수행으로 생긴 공덕의 힘이 모든 번뇌와 망상을 태워 없앨 수 있는 경지라는 뜻이다. 십지 중 세번째 단계인 명지(明地)에 있는 보살이 이 지위에 오르려면 중생계 · 법계 · 욕계 · 색계 · 무색계를 각각 관찰하고, 넓은 마음으로 믿는 세계인 광심신해계(廣心信解界)와 큰마음으로 믿는 대심신해계(大心信解界)를 꿰뚫어 보아야 하는데 이 지위에 오르면 부처의 경지에 들기 시작한 것으로 보는 까닭에 어느 지위에 있는 보살보다 정진(精進)이 필요하다고 한다.
염혜지는 제3지 법문을 찬탄한 이후 제4지 법문을 청하는 내용을 시작으로 제 4지에 들어가는 십법명문, 여래의 집에 태어나는 열 가지의 지혜로써 성숙하는 법, 염혜지에서 수행하는 37조도품과 37조도품을 수행하는 열 가지 이유를 설하고 마지막으로 염혜지에서 얻은 공과를 나타낸 후 게송으로 거듭 설하고 설법을 마친다.
다음으로 난승지(難勝地)란, 출세간의 진리를 아는 지혜인 무분별지(無分別智)와 이 세상의 일을 아는 지혜인 분별지를 모두 갖추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이 지위에 오르면 공덕이 견고하여 어떤 마구니나 장애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고(苦) · 집(集) · 멸(滅) · 도(道)의 네 가지 성스러운 진리인 사제(四諦)의 이치를 확실하게 알고, 세속은 물론 출세간의 진리도 알 수 있다. 보시행과 지계행을 실천하며, 사무량심(四無量心)과 사무색정(四無色定)을 닦아서 모든 중생들을 편안하게 하고 무상의 진리를 얻게 한다.
제4 염혜지의 공덕을 찬탄한 후 난승지 법을 청하는 내용을 시작으로 난승지에 들어가는 열 가지의 평등하고 청정한 마음, 난승지에서 닦는 수행, 난승지 보살이 통달하여 아는 법, 세간의 중생을 수승하는 지혜 등을 설하며 난승지에 머무는 공과를 설한 후 게송으로 거듭 설하고 설법을 마친다.
계룡산 동학사 전문강원을 졸업하였으며 동국대학교 불교대학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가산지관 대종사에게서 전강하였고, 동국대학교 불교대학 교수와 동학승가대학 학장 및 화엄학림학림장, 중앙승가대학교 법인이사를 역임하였다.
현재 수미정사 주지로 주석하며 동국대학교 명예교수로 있다.
저·역서로 『의상화엄사상사연구』, 『화엄의 세계』, 『정선 원효』, 『정선 화엄 1』, 『정선 지눌』, 『법계도기총수록』, 『해주스님의 법성게 강설』 등 다수가 있다.
26. 십지품 [3]
해주 스님의 『사경본 한글역 대방광불화엄경』은 말 그대로 사경 수행을 위한 책이다. 스스로 읽고 쓰며 수행하는 힘을 기르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화엄경』의 요의를 깨달아 가는 수행서다. 교단에 머물며 화엄학 연구와 수행에 매진해 온 해주 스님이 퇴임 후에도 『화엄경』 사경을 통해 수행하며 스스로를 점검하는 한편 불자들의 화엄 신행 여정을 함께하고자 하는 발원과 정성을 불사에 담았다.
사경본은 동시에 발간된 독송본에 수록된 한글역을 사경의 편의를 위해 편집을 달리하여 간행한 것으로 한글 번역만 수록되었다. 사경을 마치면 한 권의 한글 독송본이 되므로 원문 없이 한글 독송만을 원하면 사경본만 갖추어도 된다.
한글역은 독송과 사경이라는 책의 역할을 고려하여 읽고 쓰면서 이해하기 쉽도록 가독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었으며, 글자 크기를 키워 피로도를 줄이고 독송하기 쉽도록 편집하였다.
선지식의 법문과 강설을 통해 해소되지 않는 의구심을 푸는 것은 보리심을 내어 신행하는 수행자의 몫이다. 공부의 깊이를 더하는 원력은 오롯이 자신에게 있다. 눈으로 보고 소리 내어 읽고 한 구절 한 구절 따라 쓰다 보면 어느 순간 툭 문리가 트이고 경안이 열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