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세기 샨띠데바(Śāntideva, 寂天) 보살의 보살행 입문서인 《입보리행론》은 티벳불교 전통에서 가장 사랑받던 중요한 문헌 중 하나다. 하지만 대승불교 최고의 지혜인 공성의 중도(中觀)사상을 품고 있는 《입보리행론》 제9장 지혜품(般若波羅蜜)의 심오한 특성은 독자들을 항상 난감하게 만든다.
19세기 위대한 학자 미팜 린포체가 저술한 《입보리행론》 지혜품에 대한 주석서인 《께따까, 정화의 보석》은 아주 간결하고 직설적인 언어로 모든 불교 이론의 핵심 기반인 샨띠데바의 공성을 해설하고 있다. 그의 설명은 자비의 수행은 물론 업과 윤회와 같은 불교의 다른 중요한 가르침과도 합리적으로 잘 어울린다.
미팜 린포체는 닝마파(sNying ma pa, 古派)의 입장에서 샨띠데바의 《입보리행론》을 해석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해석은 19세기 당시 티벳불교의 종교적・정치적 주류의 해석과 상충하는 면이 있었다. 결과적으로 그의 주석은 주류와 비주류 간의 격렬한 논쟁을 야기하게 되었으며, 본서에는 이를 대표하는 당대 최고 주류 학자의 비평과 그에 대한 응답이 조화롭게 응집되어 있다.
본서는 크게, (1) 영역자 《서론》 (2) 미팜 린포체의 《입보리행론》 주석서인 《께따까: 정화의 보석》 (3) 미팜 린포체의 《태양의 광명》 (4) 닥까르 뚤꾸의 《명해의 수희법담》, 네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일러두기 참조). 그중, (1)은 본서의 역사적 형성과정과 내용적 특징을 개괄하고 있는 개론서에 해당하며, (2)는 이전전통(ngarabpa: 舊譯傳統), 특히 닝마파를 대표하는 《입보리행론》의 비주류적 해석서로서, 19세기 티벳불교 겔룩파의 주류적 압력에 저항하는 해석적 확장이자 무종파(Ri med)적 화쟁운동의 계기가 된 하나의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미팜의 도전적 해석은 당시 정치와 교학의 주류 종파였던 겔룩파를 자극하였고, 그로 인해 큰 파장이 일어났는데, 이에 겔룩파를 대표하는 닥까르 뚤꾸가 그에 대한 (4)의 비평서를 저술하게 된다. (3)은 이와 같은 닥까르 뚤꾸의 반박에 대한 미팜의 재반박을 담은 답변서이다.
이렇게 본서는 큰 틀에서 하나의 책을 이루고 있지만, 사실상 네 개의 독립된 문헌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러므로, 독자들은 본문의 내용을 좀더 쉽게 파악하기 위해, 본서를 (1)-(2)-(4)-(3)의 순서로 재구성하여 읽는 것도 한 방법이다.
■ 저자 : 미팜 린포체
잠괸 미팜 린포체('Jam mgon Mi pham, 1846-1912)는 근현대 티벳불교사에서 가장 비범한 인물 중 한 분이자 19세기 티벳불교 ‘리메(Ri-med, 無山, 무종파)’ 운동의 중요한 핵심 인물이다. 그는 뛰어난 대학자이자 성취자였다. 그의 저서들은 지금도 닝마파 전통의 족첸(Dzog chen, 大圓滿)을 수행하는 제자와 스승들이 진지하게 탐구하고 있는 심도 깊은 문헌들이다.
■ 역자 : 최로덴
티벳불교와 인도철학을 전공하고 2003년 인도국립박물관연구소(NMI)에서 ‘깔라짜끄라딴뜨라’ 연구로 박사학위(Ph. D)를 받은 학자이자 구루요가의 본존인 달라이 라마의 가르침에 따라 다람살라와 동티벳 등지에서 현밀의 성취 법맥을 수행한 행자이다. 이후 2010년까지 불교철학과 밀교 명상수행 등을 강의하였으며, 《티벳불교의 향기》 《입보리행론 역주》 《역경학개론》(공저) 《달라이라마의 지혜 명상》 등을 저술하고 번역하였다. 현재는 인간 붓다의 행적을 기반으로 한국불교의 전통과 인도-티벳불교의 전통을 수행적으로 융합하기 위해 다시 회향처에 머무르고 있다.
한역 서문
일러두기
《께따까: 정화의 보석》 과목(科目, Sa bcad)
영역 서문
제1부: 서론
제2부: 미팜 린포체의 《께따까: 정화의 보석》
제3부: 미팜 린포체의 《태양의 광명》
질문1: 세속적인 현상은 단순히 마음에 귀속된 가설물인가?
질문2: 인아人我와 법아法我의 아집 중 인아에 집착하는 법
질문3: 성문의 해탈
질문4: 아라한의 경지
질문5: 인아집과 법아집 그리고 번뇌장과 소지장
질문6: 진속이제眞俗二諦
질문7: 자체-지각하는 마음
질문8: 쫑카빠에 따른 귀류[논증]파의 팔대난점
제4부: 닥까르 뚤꾸의 《명해의 수희법담》
미주
참고문헌
색인
《입보리행론》 “지혜품”에 대한 미팜 린포체의 주석이 촉발한 해석적 논쟁은 19세기 티벳불교의 현실에 던져진 무종학파적 ‘리메’ 운동과 그 궤를 같이합니다. 닝마파의 입장에서 자기 전통의 수행적 가치를 재고한 미팜 린포체의 노력은 결과적으로 티벳불교의 모든 종학파가 서로 유용하게 공존하기 위한 하나의 거대한 운동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