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한국불교학회 추계특별학술대회에서 ‘영축산의 구하천보와 오대산의 한암중원’을 주제로 발표된 10편의 논문을 엮어 근현대 한국불교의 초석을 마련한 두 고승의 생애와 사상을 조명하는 논문집이 발간됐다.
영축산과 오대산을 대표하는 근현대 선지식을 공동으로 조명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영축산의 구하천보와 오대산의 한암중원》에서는 학술대회 논문을 통해 대한시대 대일항쟁기와 해방공간기 및 분단시대의 불교계를 주도해 온 영축산의 구하천보와 오대산의 한암중원 그리고 그 문중의 문도들로 구성된 불교계 집단 지성들의 행적과 사상을 정리해 현대 한국불교의 지성사를 살펴보고자 한다.
반만년 한국사에서 우리 민족 최초로 주권을 상실했던 일제강점기, 위태롭던 한국불교에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 영축산의 구하천보와 오대산의 한암중원은 성해남거 스님과 석담유성 스님의 건당제자로 사촌 사형사제이며, 자장율사가 창건한 통도사와 월정사는 진신사리를 봉안한 적멸보궁이라는 점에서 공통 인연을 갖는다.
영축산 구하 스님은 일찍이 한국불교의 문제점과 해법이 교육과 포교에 있다고 보았다. 그는 명신학교와 불교명신학교를 필두로 입정상업학교, 통도중학교 등 다수의 학교와 통도사 마산포교당 대자유치원을 비롯한 다수의 유치원을 건립하고, 통도사 마산포교당과 진주포교당, 양산포교당, 창원포교당 등 전국 총 31곳의 포교소를 개원했다. 한국불교 최초의 사찰잡지인 〈축산보림〉을 발간하는 한편 국내외 스님들을 유학승으로 파견하고 독립운동을 지원하기도 했다.
경허성우의 마지막 인가 제자 오대산 한암 스님은 평생을 선수행과 교육에 매진한 수행자였다. 그는 청정한 계율과 선수행 지도로 26년간 상원사 선원에 주석하며 선풍을 크게 진작시켰으며, 일제강점기를 전후해 총 4번 종정으로 추대되기도 했다. 1941년에는 일제강점기 최초의 종단인 조선불교조계종을 창종했으며, 현재의 조계사를 창건해 총본사를 만들고 종단의 체계를 확립했다.
두 산문의 집단 지성 구하와 한암, 경봉과 탄허, 월하와 만화 등은 영축산과 오대산을 넘어 한국불교계의 수행과 포교, 교육과 역경, 불사와 문화 창달 등의 분야에서 확고한 위상을 확보해 오고 있다.
어둠이 깊을수록 밝음에 대한 갈망은 더욱 커지는 법입니다. 이때 혜성처럼 등장해서, 한국불교가 위기의 파고를 넘을 수 있도록 해준 두 고승이 바로 구하와 한암입니다. 이들이 확립한 초석 위에 오늘날 한국불교가 존재하고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구하와 한암은 시대의 성자이자 부처님의 가피가 서린 진정한 선지식이라고 하겠습니다.
_머리말 중에서
이원석 김광식 최두헌 김순석 이성수 자현 고영섭 윤창화 이성운 정도
제1편 구하천보
구하천보 행장
01 구하와 한암의 관계 검토
_ 이원석(동국대(서울) 다르마칼리지 조교수
02 구하 독립운동의 자료, 개요와 성격
_ 김광식(동국대 특임교수)
03 구하의 통도사 개혁과 그 현대 불교사적 의의
_ 최두헌(통도사성보박물관 학예연구실장)
04 구하의 문집과 통도사지 간행의 불교사적 의의
_ 김순석(안동국학진흥원 박물관장)
05 6ㆍ25 당시 통도사의 야전병원과 호국불교 역할
_ 이성수(불교신문 편집국 부장)
제2편 한암중원
한암중원 행장
06 한암漢巖의 통도사 인연과 석담유성石潭有性
_ 자현(중앙승가대 불교학과 교수)
07 한암중원의 조계종사 인식과 조계종의 회복
퇴경의 「조계종」과 한암의 「해동초조에 대하야」와 관련하여
_ 고영섭(동국대 불교학과 교수)
08 한암漢岩과 경봉鏡峰의 서간문 법거량
_ 윤창화(민족사 대표)
09 한암 ㆍ 탄허 ㆍ 희찬의 어록 및 증언록 간행의 불교사적 의미
_ 이성운(동방문화대학원대 불교문예학과 교수)
10 경봉과 탄허의 인연과 서간문
_ 정도(동국대 선학과 교수)
참고문헌
한국불교학회 추계특별학술대회
2021년 10월 28일 동국대서 개최
구하와 한암의 인연과 가르침을
종합적으로 조명했다는 평가
사단법인 한국불교학회는 2021년 10월 28일 동국대 혜화관 고순청세미나실에서 ‘영축산의 구하천보와 오대산의 한암중원’을 주제로 추계특별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학술대회에는 대한불교조계종 종정 성파 대종사, 월정사 조실 현해 스님, 원로의원 원행 스님, 동국대 이사장 성우 스님, 통도사 주지 현문 스님, 월정사 주지 정념 스님, 윤성이 동국대 총장 등 200여 명의 동참한 가운데 구하 스님과 한암 스님의 사상과 생애를 종합적으로 조명하는 10편의 연구논문들이 발표됐다.
학술대회는 1부와 2부로 나눠 진행됐으며, 김지연 한국불교학회 총무이사의 사회로 진행된 1부에서는 △구하와 한암의 관계 검토(이원석) △한암의 통도사 인연과 석담(石潭) 유성(有性)(자현 스님) △구하의 독립운동 자료의 특징 검토(김광식) △한암의 종단 인식과 조계종의 성립(고영섭) △구하의 통도사 개혁과 그 현대 불교사적 의의(최두헌)가 소개됐다.
학술대회에 앞서 열린 개회식에서 조계종 종정 성파 대종사는 “구하 대종사께서는 해방 이후 여러 가지 일을 많이 하셨지만, 통도사 원통방에 통도중학교를 설립하시고 울산에서 단독으로 전기를 가져오셨던 일이 가장 생각난다”며 “대중들의 반대가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구하 대종사께서는 교육의 중요성을 일찍이 깨달으셨던 것”이라고 회상했다. 이어 “구하 대종사와 한암 대선사의 정신을 계승하기 위해 우리 대중도 열심히 노력해 나가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통도사 주지 현문 스님은 “일제강점기 암흑기에 밝은 등불을 높이 들어 한국불교를 지켜내신 수행과 시대정신의 표상이 바로 영축산의 구하 대종사와 오대산의 한암 대선사이시다”며 “오늘날 조계종의 기틀과 중요한 역할을 하는 터전을 두 분 스님께서 다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고 축사를 전했다.
월정사 주지 정념 스님은 “한국불교 조계종의 초석을 다지고 근대 한국불교를 지도하고 이끌어 오신 두 선지식의 발자취와 수행정신, 사상을 조명하는 학술대회를 개최하게 된 것을 대단히 감사드린다”며 “통도사와 월정사의 옛 인연이 더욱 돈독히 성화되어 한국불교의 견인차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도량으로 거듭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