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항파두리 토성 자락에서 본연 스님의 네 번째 이야기가 시작된다. 『미타행자의 편지』, 『미타행자의 염불수행 이야기』, 『미타행자의 수행한담』에 이어서 이번에는 수행자의 삶과 행복에 대해 이야기한다.
본연 스님의 하루는 새벽 3시부터 시작된다. 새벽기도로 하루를 시작하고 손수 공양 올리고, 꽃과 나무를 가꾸고, 은사 스님 법어집을 정리하다 보면 어느덧 하루가 저문다. 본연 스님은 이렇게 매일을 충실히 보내고 있다.
사바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일이란 무엇일까? 본연 스님은 이웃을 위하며 마음을 일으키는 것, 기도하는 것이라 말한다. 이 마음을 지니면 스스로 환희심을 느낄 수 있으며, 그 환희심으로 사바세계를 밝힐 수 있다.
제주도에 세운 무주선원, 이곳에서 10년이 넘는 세월을 보냈다. 긴 세월 동안 홀로 정진하고 있지만, 본연 스님은 그 속에서 끝없는 행복을 느낀다. 밖에서 보면 한없이 외로워 보이는 수행자의 삶이, 그 안에서 가까이 들여다보면 수많은 행복으로 가득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우리의 삶 역시 행복으로 가득하다는 것을 자연스레 깨닫게 된다.
본연本然은 전남 곡성 태안사로 출가했을 때 평생을 하루같이 용맹정진하다 열반하신 청화淸華 큰스님(1923~2003)께서 스승과 제자 간의 인연을 맺으면서 내려 주신 법명이고, 미타행자彌陀行者는 염불수행하는 사제를 격려하기 위해 사형 스님이 지어 준 별호다.
승보종찰僧寶宗刹 송광사松廣寺 강원에서 4년간 경전 공부하고 비구계比丘戒를 받은 뒤 기도처와 선원을 오가며 정진하던 중, 큰스님의 은혜를 갚는 마음으로 2003년 서귀포 성산 자성원自性苑 주지를 자청하여 4년간 기도하며 차밭과 텃밭을 가꾸고 살면서 제주도와 인연이 시작되었다.
자성원 주지 소임을 놓은 뒤 다시 선원과 기도처를 찾아다니며 수행하였으며, 2012년부터는 제주시 항파두리 근처 자그마한 수행도량 무주선원無住禪苑을 열어 수행과 울력으로 극락도량極樂道場을 일구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미타행자의 편지』, 『미타행자의 염불수행 이야기』, 『미타행자의 수행한담』이 있다.
책을 펴내며
1. 자비심은 생명을 가진 모든 존재, 일체중생에게 보약입니다
사바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일
천리향 꽃향기를 맡으며
온 우주에 자비심을
마음보시
정성스런 마음으로
절집 살림살이는 마음입니다
작은 선업이 모여
4년 만에 핀 수국
거친 마음이라도 한 번 일으키면
몸에 가장 좋은 보약, 자비심
백련꽃처럼 귀한
자비관을 수행하며
단전으로부터
귀한 법문 한 구절
부처님 명호를 입으로 염송하며
나를 돌아보면서
관세음보살
천함과 귀함
오늘도 법당에서
두 가지 서원
2. 기나긴 겨울을 딛고 일어선 사람의 향기가 멀리 오래갑니다
맑은 마음으로
아我를 녹이는 길
8년의 기다림
새벽에 일어나
감사합니다
스스로 깨닫는 부처님 공부
세상이 나를 속일지라도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나무아미타불
10분만이라도 정진한다면
나이 듦에 대하여
새벽, 가장 환희심이 일어나는 시간
사바세계에서 만난 가장 큰 스승
인因과 연緣
꽃과 나무 이야기
도道
금생은 전생의 습관으로 사는 것입니다
보리심의 완성이 수행의 완성입니다
아름답고 우아하게
가장 귀한 시간
또 한 해가 저물어 가고...
3. 매사에 정성을 다하는 것이 도이며 수행입니다
나의 원불은 관세음보살입니다
수행자의 하루 일과
나무아미타불이 익어 가면서
진흙 속 연꽃
복과 지혜
다름의 행복
목숨이 다할 때까지
사바세계 와서 잘한 일
새벽 정진, 가장 행복한 시간
손수 끓여 먹는 라면
나무아미타불 염송이 깊어지면서
노년의 즐거움
마음의 파동, 일체유심조
혼자여도 괜찮은 지금
삶은 이미 설계되어 있는가
능소화와의 인연1
삼십 년 차 나무아미타불
선신과 함께
염불하면 행복해집니다
하루 일과 충실히 지어 갈 뿐
4. 숲은 다양한 수종이 어우러져야 건강합니다
그 빛이 나를 채우면
총림을 이루다
호수에 던진 작은 돌
좌 노보살님 이야기
끝없는 공덕을 이루리라
무심한 칸나를 바라보며
세 번의 자비관
원력만 있으면
저승사자를 만나거나
넓은 우주를 감싸는 자비심을 키워라
고성염불의 공덕
세상에서 가장 슬픈 일
깨달음도 돌연변이다
개원 10년을 기념하며
가장 해악이 되는 세 가지 마음
우리 아들도 스님이에요
홀로 가는 길
두 가지 능소화
마음으로 함께하는 것
백 가지 꽃이 피는 도량
“모든 이들이 고통을 여의고 행복하시길”
다리를 포개고 허리를 세워서 천천히 들숨과 날숨을 한다. 들숨을 깊게 하면서 가슴으로 온 중생을 끌어안으며 “일체중생의 고통을 다 거두어 주겠습니다.” 날숨에 낱낱이 자비심을 방사한다. 본연 스님의 하루는 이 만트라이자 진언이자 서원인 주문과 함께 시작된다. 이 마음이 비록 거짓일지라도 부처의 마음을 지어 나가면 언젠가는 증명하리라는 믿음으로, 다만 포기하지 않는 마음으로 매일매일 반복한다. 하루, 이틀, 일주일, 한 달, 일 년… 시간이 쌓이면 쌓일수록 그 마음에도 진심이 쌓이기 시작한다. 어느덧 “모든 이들이 고통을 여의고 행복하시길” 바라는 그 마음은 순수한 진심이 되고 그렇게 쌓인 공덕이 일체중생에게 미치어, 일체중생과 더불어 행복한 삶을 살게 된다.
누구보다 먼저 시작하는 본연 스님의 하루
본연 스님의 하루는 새벽 2시 40분에 시작된다. 2시 40분에 일어나 3시부터 일과를 시작한다. 4시 15분, 새벽예불을 마치고 방에 들어온다. 6시, 새벽기도와 좌선 한 시간 후 아침 공양을 한다. 8시, 108배와 송주, 좌선, 사시기도까지 마치면 11시 30분이다.
점심 공양을 마치면 오후 울력이 시작된다. 수행 삼아 꽃과 나무 심고 물 주고 풀 뽑고 거름 주며 정진한 결과가 도량에 정직하게 드러난다. 말 그대로 극락도량이다. 법당과 마당을 오가며 틈틈이 은사 스님 법어집 정리하여 법공양 출판도 한다. 허튼 시간 없이 십여 년의 세월을 충실하게 지내다 보니 어느덧 무주선원이 아름답고 풍성해졌다. 하나부터 열까지 본연 스님 혼자 스스로 해 나가며 만든 결실이다.
사바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일
사바세계에서 가장 가치 있는 일은 무엇일까? 본연 스님은 이웃을 위하는 마음을 일으키는 것, 그들을 위하여 기도하는 것이라 말한다. 이러한 보석과 같은 귀한 마음을 지니고 일으키면 모든 시비是非에서 벗어날 수 있으며 모든 번뇌와 갈등, 망상을 걷어 낼 수 있다. 이 마음을 지니면 스스로 환희심을 느낄 수 있으며 그 환희심으로 사바세계를 밝힐 수 있다.
사바세계를 밝힐 수 있는 마음을 본문에서는 다음과 같이 정리하여 소개한다. 1장에서는 친절과 배려하는 마음, 자비심에 대해 이야기한다. 정성이 도道이고 친절이 도이다. 자기의 업業에 정성을 들이고 모든 이에게 친절한 것이 바로 수행이다. 2장에서는 감사와 받아들임에 대해 이야기한다. 본연 스님은 하루의 시작과 끝에서 모두 감사함을 느낀다. 새벽에 일어날 수 있는 건강에, 부처님 무량공덕을 찬탄하고 회향할 수 있는 신심에 감사한다. 3장에서는 수행하는 삶에 대한 행복과 만족에 대해 이야기한다. 도량도 가꾸고 마음도 가꾸는 것이 본연 스님의 수행이자 일상이다. 행복은 일상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음을, 하루를 충실히 보내는 것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음을 깨닫는다. 4장에서는 함께하는 삶에 대해 이야기한다. 함께하는 신도들, 큰 깨달음을 준 큰스님, 그리운 부모님 등 본연 스님과 깊은 인연을 맺은 사람들을 만나 볼 수 있다. 함께해 준 이들이 있기에 수행자의 삶이 외롭기만 한 것은 아니다.
제주도 항파두리 토성 자락에서
끝없는 행복을 느끼다
멀리서 보면 고독해 보이기만 한 수행자의 삶. 특히 본연 스님은 제주도에서 홀로 정진하고 있다. 하지만 스님은 매일매일 끝없는 행복을 느낀다. 이 책을 통해 본연 스님의 삶을 가까이서 바라본다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슬며시 미소를 짓는 당신을 발견할 것이다. 매일매일 되풀이되는 일상 속에서 원두커피 한 잔이 주는 따뜻한 여유를 느끼게 될 것이다. 8년의 기다림 끝에 열매 맺은 귤을 보고 괜히 반가운 마음이 들기도 할 것이다.
오늘도 본연 스님은 “모든 이들이 고통을 여의고 행복하시길” 기도하고 또 기도한다. 단조로워 보이는 수행자의 삶 속에 크고 작은 행복이 가득하다. 그리고 깨닫는다. 우리 삶 속에도 그에 못지않은 행복이 가득함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