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 경전에는 다양한 동물들이 등장한다. 특히 석가모니 붓다의 전생 이야기를 담은 『자타카(본생담)』는 ‘이솝 우화’에도 영향을 미쳤을 정도로 흥미로운 동물 이야기로 가득하다. 사냥꾼에게 잡혀 동료들을 죽음에 이르게 한 자고새, 집에 대한 집착으로 목숨을 잃은 거북, 떠돌이 개들의 억울함을 풀어 준 우두머리 개, 주인을 큰 부자로 만들어 준 소 등이 그것이다.
이 책은 경전 속 동물들이 들려주는 삶의 지혜와 붓다의 가르침을 담고 있다. 동물에 대한 인간의 편견과 ‘우화는 아이들이 읽는 동화’라는 선입견을 내려놓으면 붓다가 동물들을 통해 어떤 가르침을 전하고자 했는지를 선명히 들을 수 있다.
‘경전 이야기꾼’ 이미령의 다정한 문체와 임이랑 작가의 따뜻한 삽화는 한자투성이일 것만 같던 경전을 재미있고 편안한 에세이로 만들어 준다.
이미령
강원도에서 태어나 동국대학교 불교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동국역경원에서 오랫동안 일하며 경전의 세계에 빠져들었고, 대한불교조계종과 여러 불교기관에서 경전 관련 일을 맡아 해 오면서 경전의 맛을 제대로 보았다. 여러 사찰에서 불교 교양과목 강사로 지내고, 많은 매체에 불교 관련 글을 연재하고 있으며, 자주 불교 이외의 책을 소개하는 일도 하며 지낸다. 경전 읽고 글 쓰고 강의하는 게 인생의 전부이며, 세상에 넘쳐나는 온갖 주제를 경전에서 찾아보는 즐겁고도 고단한 일을 팔자려니 생각하며 지내고 있다. 《시시한 인생은 없다》 《붓다 한 말씀》 《고맙습니다. 관세음보살》 《그리운 아버지의 술냄새》 《간경수행입문》 《이미령의 명작 산책》 《타인의 슬픔을 마주할 때 내 슬픔도 끝난다》 등의 단행본을 냈다. 공동저서로는 《절에 가는 날》 《붓다의 길을 걷는 여성》 《붓다에게는 어머니가 있었다》 등이 있고, 번역서로 《10대를 위한 반야심경》 《붓다의 삶이 내게 가르쳐 준 것들》 《반야심경에서 찾는 행복의 발견》 《기적의 관음경》 《대당서역기》 등이 있다.
서문
Ⅰ. 작고 여린, 그래서 아름다운
새_작고 힘없는 ‘을’들을 위해
벌_자린고비의 마음을 여는 법
거북_단단한 등딱지가 의미하는 것
Ⅱ. 지금 당신 옆의 따뜻한 생명들
고양이_수행자, 당신은 고양이
개_인간의 영원한 친구
토끼_두려움에 사로잡힌 작고 여린 생명
사슴_맛에 집착하는 당신에게
Ⅲ. 그렇게만 보지 말아요
원숭이_사람을 닮아 슬픈 원숭이
여우_우물에 빠진 여우
곰_곰 고기에 미혹된 사람들
뱀_그 길고 긴 몸뚱어리로
나귀_부술 줄만 아는 사람
Ⅳ. 동물, 그 이상의 존재
말_순혈의 명마로 거듭나시길
소_당신의 소는 어디 있나요
사자_근심도 집착도 하지 않는 사자
호랑이_그 따뜻한 용맹심
코끼리_내 등에 가장 귀한 것을 얹습니다
불교 경전 속 흥미로운 동물 이야기
‘전지적 동물 시점’으로 본 인간 본성과 깨달음
불교 경전에는 다양한 동물들이 등장한다. 특히 석가모니 붓다의 전생 이야기를 담은 『자타카(본생담)』는 ‘이솝 우화’에도 영향을 미쳤을 정도로 흥미로운 동물 이야기로 가득하다. 붓다의 가르침을 밤낮으로 되뇌는 앵무새, 떠돌이 개들의 억울함을 풀어준 우두머리 개, 붓다에게 꿀물을 공양한 원숭이, 생명을 해치지 않기 위해 자신의 몸을 내어준 뱀 등.
이처럼 경전에는 숱한 동물이 나오지만, 불교는 동물을 말하는 종교가 아니다. 동물에 빗대어 ‘사람’을 말하는 종교다. 붓다의 가르침을 좀 더 친근하게 설명하기 위해 동물을 비유로 쓰고, 동물의 입을 빌려 사람의 어리석음을 꼬집기도 한다. ‘동물은 그저 거들 뿐’ 본질은 그 속에 담긴 깨달음의 지혜인 셈이다.
흔히 우화(寓話)는 ‘아이들이 읽는 동화’라 치부되곤 한다. 하지만 이런 편견을 내려놓으면 ‘전지적 동물 시점’으로 본 인간의 본성과 삶의 지혜, 붓다의 가르침을 들을 수 있다. 우리가 어떤 관점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원숭이는 사람 흉내를 내는 간악한 존재가 되기도 하고(『자타카』), 부처님께 꿀물을 공양한 인연으로 아라한의 경지에 오르는 현자가 되기도 한다.(『현우경』) 이 책의 제목이 ‘숲속 성자들’인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인간의 편견에서 벗어난
‘숲속 성자들’이 들려주는 붓다의 가르침
1부 ‘작고 여린, 그래서 아름다운’에는 새와 벌, 거북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이들은 너무 흔하고 약해서 보잘것없는 존재로 치부되곤 하지만 경전 속 비둘기는 자신의 목숨 무게가 왕의 그것과 같음을 보여주고, 아난존자의 법문을 밤낮없이 외워 마침내 인간으로 태어난 앵무새는 마음공부의 중요성을 일러준다. 또 꽃의 빛깔과 향기를 다치지 않고서 달콤한 꿀만 취하는 벌에게서는 탁발하는 자세를, 단단한 등딱지에 사지를 당겨 넣는 거북에게서는 생각을 거둬들이는 법을 배울 수 있다.
2부 ‘지금 당신 옆의 따뜻한 생명들’에서는 고양이와 개, 토끼, 사슴 등 친숙하고 귀여운, 그래서 우리에게 조용한 위안을 주는 동물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잡아함경』은 배고픔에 쥐를 산 채로 삼켰다가 도리어 목숨을 잃은 고양이의 ‘흑역사’를 통해 “공부가 무르익을 때까지 몸과 마음을 단속하고 또 단속하라.”는 가르침을 전한다. 열매 떨어지는 소리에 놀라 온 숲의 동물들을 위험에 빠뜨릴 뻔한 토끼는 ‘실체 없는 두려움’에 사로잡힌 우리의 모습을 돌아보게 만든다. 떠돌이 개들의 억울함을 풀어주고 왕에게 “정의를 실천하는 데 게으르지 말라.”고 당부한 우두머리 개가 석가모니 붓다의 전생이라는 일화도 흥미롭다.
3부 ‘그렇게만 보지 말아요’는 원숭이, 여우, 곰, 뱀, 나귀 등 사람들의 편견으로 고통받는 동물들의 이야기다. 교태로 사람들의 혼을 빼놓는다 여겨지는 여우는 경전에서 오히려 은혜를 갚을 줄 아는 존재로 그려진다. 또 미련하다 오해를 받는 곰은 배신한 인간을 일깨우는 수행자이며, 악의 화신으로 상징되는 뱀은 석가모니 붓다가 완전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도록 이레 밤낮을 보호한 구도자임을 알 수 있다.
붓다의 가르침은 때로 호랑이의 용맹함, 사자의 위엄, 코끼리의 우직함에 비유되곤 한다. 4부 ‘동물, 그 이상의 존재’에서는 말, 소, 사자, 호랑이, 코끼리 같이 불교를 상징하는 동물들이 소개된다. 세속의 재물을 상징하는 소는 우리에게 “참다운 성품이란 무엇인가?”라는 묵직한 화두를 안겨 주고, 백수의 왕 사자가 벌레 한 마리에 잡아먹힐 수 있다는 사실은 “교만에 사로잡혀 마음공부에 게을러지면 끝내 무너지고 만다.”는 경고를 전한다. 보현보살의 지혜를 상징하는 코끼리는 열심히 경전을 읽고 그 뜻을 음미하고 사색하고 실천하는 이를 언제나 지켜줄 것이라 약속한다.
‘경전 이야기꾼’ 이미령의 다정한 문체와 임아랑 작가의 따뜻한 삽화는 한자투성이일 것만 같던 경전을 재미있고 편안한 에세이로 만들어 준다. 임아랑 작가는 가수 장혜진과 인순이의 앨범 자켓을 비롯해 각종 사보와 잡지, 단행본 등을 통해 서정적인 일러스트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