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퍽퍽한 일상에 짓눌린 어린이들에게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혜 전달
<마음을 비추는 거울: 지혜·자비·용기·감사의 마음을 길러 주는 이야기>(이하 <마음을 비추는 거울>)는 나름의 고민과 불안, 스트레스를 안고 사는 어린이들에게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혜를 전하는 동화다.
이 책을 쓴 팀 말닉(Tim Malnick)은 교육·심리 분야 전문가다. 영국에서 명상 강연과 심리 상담으로 명성이 높다. 저자 자신이 오랜 시간 명상을 통해 깨달은 지혜를 아이들에게 전하고자,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신비롭고 놀라운 이야기를 만들어 낸 것이다. 책에는 모두 다섯 편의 동화가 수록돼 있다. 각 동화 속 주인공들의 모험을 통해 아이들은 자연스레 지혜와 자비, 상상력, 용기, 감사의 마음을 배울 수 있다.
<마음을 비추는 거울>은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교우 관계가 넓어진 여덟 살 어린이부터 사춘기가 시작돼 ‘나 자신’과 ‘미래’에 대한 고민이 깊어진 열두 살 어린이의 마음 근육을 키우는 데 도움을 준다.
전 페이지에 담긴 수채화 톤의 환상적 그림
아이들의 호기심과 상상력 자극
“아름다운 그림과 가슴이 따뜻해지는 글은 ‘진정한 예술 작품’, 그것을 소장할 수 있게 해 줘서 고맙다.”
“정말이지 특별한 책이다. 이 책에 담긴 이야기는 환상적이다. 내 말을 믿지 못하겠다면 이 책의 그림부터 보라. 당신이 어린이든 어른이든 생생하고 강렬한 그림을 보면 분명 이 이야기들을 사랑하게 될 것이다. 나는 자신의 비전과 신념을 공유해 준 작가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잊을 수 없는, 정말 특별한 책이다.”
<마음을 비추는 거울>?에 대한 영국 아마존닷컴의 서평 내용 중 일부다. 이 책에 대한 서평 중에는 그림에 대한 칭찬이 유난히 많다. 실제 이 책에는 전 페이지에 걸쳐 수채화 톤의 환상적인 그림이 펼쳐져 있다. 초록 잎으로 우거진 숲, 색색의 과일과 옷감이 가득한 시장 골목, 잉크를 풀어놓은 듯 캄캄하고 고요한 호숫가, 해를 삼켜 다홍빛으로 물든 바다 등 몽환적으로 느껴질 만큼 아름다운 그림이 많다. 다채로운 그림은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해 자신도 모르게 동화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지혜와 자비, 상상력, 용기, 감사의 마음을
길러 주는 다섯 가지 이야기
「세상에서 가장 포근한 괴물」은 ‘세상의 모든 괴물을 없애겠다.’고 맹세한 기사와 부드러운 털이 풍성한 괴물의 결전에 관한 이야기다. 용맹스러운 기사가 괴물을 쓰러뜨리려 하지만 괴물은 꿈쩍도 하지 않는다. 대신 부드러운 털이 풍성한 팔로 기사를 잡고 가만히 서 있는다. 괴물의 품에 안긴 기사는 자신도 모르게 편안함을 느끼며 울기 시작하는데….
자신을 해치려는 기사에 맞서 싸우기는커녕 가만히 감싸 안는 괴물을 통해 어린이들은 ‘자비심’을 배울 수 있다. 남을 사랑하고 가엽게 여기는 마음은 다른 이들과 어울려 살아가는 데 반드시 필요한 덕목이다.
「거장 화가」는 왕의 초상화를 그렸다가 하루아침에 억울한 옥살이를 하게 된 거장 화가의 사연을 다룬다. 탐욕스러운 왕은 자신의 초상화가 마음에 들지 않자 화가를 지하 감옥에 가둔다. 감옥에는 그림 도구들뿐이다. 화가는 기억을 떠올리며 그림을 그리지만 캔버스는 매일 새것으로 바뀐다. 절망한 화가는 어느 날 캔버스 대신 회색 벽에 그림을 그리는데….
거장 화가는 몸은 비록 감옥에 갇혀 있지만 ‘상상력’을 통해 결국 자유를 얻는다. 어린이들은 화가를 보며 아무리 힘든 상황에서도 상상력을 발휘하면 고통을 이겨낼 수 있다는 사실을 배울 수 있다.
「늘 마음이 변하는 소녀, 폴리」는 자신이 누구인지 알지 못해 불안한 소녀 폴리의 이야기다. 늘 마음이 변하는 폴리는 한 나라의 왕비에서 외교관으로, 외교관에서 보모와 교사로 계속 직업을 바꾼다. 여러 일을 해봤지만 결국 자신이 누구이며, 무엇을 원하는지 몰라 괴로워한다. 그런 폴리에게 한 노파가 자신이 누구인지 알 수 있는 방법을 일러 주는데….
폴리의 모험을 통해 어린이들은 마음이란 늘 변하며, 세상 모든 것 그리고 모두가 매 순간 달라진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중요한 것은 매 순간 달라지는 자신의 마음을 알아차리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자세임을 배울 수 있다.
「박쥐 오스왈드 이야기」는 늘 어둠 속에 살던 박쥐 오스왈드의 모험담이다. 깜깜한 밤에만 바깥세상으로 나오는 박쥐들은 동이 틀 무렵이면 다시 동굴로 돌아간다. 모두들 이러한 현실에 불만이 없다. 하지만 오스왈드는 달랐다. 친구들의 만류에도 그는 어둠이 사라진 뒤에도 바깥세상에 머문다. 그러자 그의 두 눈에 뭔가 강렬한 불빛이 다가오는데….
밝은 세상을 꿈꾸는 오스왈드를 보며 어린이들은 두려움에 맞서는 힘, 용기의 중요성을 배울 수 있다. 더불어 나만의 꿈과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굳은 의지와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도 자연스레 깨달을 수 있다.
「바다에서 만나는 무지개다리」는 무지개다리를 쫓는 뱃사람 이야기다. ‘무지개다리를 찾으면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 갈 수 있다.’는 말에 뱃사람은 오랜 시간 무지개다리를 찾아 바다를 누빈다. 그 사이 무역 일로 돈도 벌고 결혼도 하며, 아이도 낳는다. 그러던 어느 날 폭풍우를 만나 배가 산산조각 나자 가족을 모두 잃고 절망하는데….
뱃사람의 사연을 통해 어린이들은 바로 지금, 여기에서의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게 된다.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의 소중함도 느낄 수 있다. 이를 통해 자연스레 현실에 충실하며 또 감사한 마음을 갖게 된다.
책의 마지막 세 페이지는 어린이들이 동화 속 주인공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적을 수 있도록 구성했다. 어린이들은 책을 읽으며 ‘내가 만일 OOO이라면…’ 하는 식으로 자신과 동화 속 주인공을 동일시하곤 한다. 책을 보며 들었던 생각, 고민, 느낌 등을 짧게나마 글로 정리하는 습관을 들이면 사고력과 표현력을 기를 수 있다. 부모는 자녀가 책에 적은 글을 보며 자비와 알아차림의 지혜, 상상력, 용기, 감사의 마음에 대해 보다 심도 깊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글쓴이 팀 말닉(Tim Malnick)
교육과 심리 분야에서 20여 년간 활동해 왔다. 불교의 가르침을 바탕으로 한 명상 강연과 심리 상담으로 많은 이들을 만나고 있다. 영국에 있는 티베트불교 수행 단체 ‘롱첸 재단(Longchen Foundation)’의 일원이기도 하다.
그린이 캐티 그린(Katie Green)
2005년 생물학 학위를 받았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기로 마음먹은 후, 줄곧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했다. 이 책은 작가의 두 번째 작품이다.
옮긴이 김선희
번역가이자 어린이책 작가. 2002년 단편 소설 『십자수』로 근로자문화예술제에서 대상을 받았으며, 2007년 뮌헨 국제청소년도서관(IJB)에서 펠로우십(Fellowship)으로 아동과 청소년 문학을 연구했다. 그동안 옮긴 책은 『삼사라 이야기』, 『홈으로 슬라이딩』, 『선생님, 우리 얘기 들리세요?』 등이다. 쓴 책으로는 『얼음공주 투란도트』,『우리 결혼했어요』, 『둥글둥글 지구촌 음식이야기』 등 80여 권이 있다. http://thinkwalden.blog.me
자비심을 길러 주는 이야기
세상에서 가장 포근한 괴물
상상력을 키워 주는 이야기
거장 화가
내 마음을 알아차리는 지혜를 담은 이야기
늘 마음이 변하는 소녀, 폴리
용기를 북돋아 주는 이야기
박쥐 오스왈드 이야기
‘지금, 여기에’ 감사하는 마음을 길러 주는 이야기
바다에서 만나는 무지개다리
▦ 책 속으로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기사의 힘쓰는 소리가 잦아들고 손아귀의 힘도 서서히 빠졌습니다. 기사의 뺨에 닿은 털 감촉이 부드럽고 따뜻했습니다. 괴물의 깊은 숨소리가 가슴을 가득 채웠습니다. 기사는 고개를 들어, 괴물이 그 사나운 이를 드러내 놓고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짓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그 순간, 따스하고 짜디짠 눈물이 기사의 눈에서 소리 없이 흘러나와 뺨을 지나 땅바닥으로 똑 떨어져 내렸습니다. 깜짝 놀라 잠깐 주춤했지만, 이윽고 한 방울, 또 한 방울 눈물이 흘러내렸습니다.
_「세상에서 가장 포근한 괴물」中
화가는 먼지 쌓인 이젤을 살며시 꺼내 산산조각 내버렸습니다. 물감과 붓을 꺼내 자신이 본 것을 주위의 벽, 바닥, 천장 그리고 문에 그렸습니다.
화가는 구름과 태양이 있는 하늘, 눈과 비, 뾰족 바위와 반짝거리는 샘물이 있는 언덕을 그렸습니다. 파릇파릇 여린 나무, 늙어 헐벗은 나무와 풀을 그렸지요. 크고 작은 짐승들, 허공 속, 땅 위 그리고 물속, 쫓고 쫓기는 것들…. 남자와 여자, 갓난아기, 어린아이, 노인과 죽어 가는 사람들을 그렸습니다. 화가는 이들이 일하고 쉬며, 기쁨과 슬픔에 빠진 모습을 그렸습니다. 그 한장의 캔버스 위에 자신이 아는 세상과 세상의 아름다움을 그렸지요.
_「거장 화가」中
그런데 폴리는 자신이 저들과 같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늘 마음이 변했으니까요. 자신이 누구인지 달처럼 하나도 알지 못했지요. 달은 어둠에서 나와 은빛 조각이 되었다가 이윽고 크고 둥글게 빛나는 원을 이루고 다시 천천히 사라지죠. 그래서 폴리는 한순간 커졌다가 한순간 작아지고, 한순간 그 중간에 있다가 한순간 자신이 아예 존재하지도 않는 것 같은 생각이 들곤 했어요. 어느 날은 바다에서 튀어나온 파도처럼 기운 넘치고 열정적인 생각이 가득해서 자신 앞에 놓인 것을 다 헤치고 나갈 수 있을 것 같았지요. 어느 날은 고요하고, 차분하고, 평온하고, 평화로웠지요. 어느 날은 엉큼하고 수수께끼 같았어요. 마치 가라앉은 보물과 낯선 왕국이 폴리의 조용하고 부드러운 표면 아래 살고 있는 것처럼요. 다음 날에는 마음이 가볍고 밝았어요. 마치 거품이 오후 산들바람에 휙 날아가는 것처럼요.
_「늘 마음이 변하는 소녀, 폴리」中
몇 주, 몇 달 동안 오스왈드는 다른 박쥐들과 함께 동굴을 떠났다가 숲 가장자리 버블 나뭇가지에 앉아 기다리면서 조금 늦게, 조금 더 늦게 돌아왔습니다. 어둠 이외의 다양한 무늬, 깜빡거리는 불빛과 그림자, 낯선 소리, 메아리와 밤의 끝에 일어나는 휘파람 소리가 마음에 들기 시작했습니다. 오스왈드는 점점 더 늦게 돌아와 친구 수 옆에 거꾸로 매달렸습니다. 오스왈드는 이제 숨이 차지도, 서두르지도 않았습니다. 오히려 차분하고도 고요하게 생각에 잠겼지요.
_「박쥐 오스왈드 이야기」中
많은 이들이 무지개다리에 관한 소문을 들었습니다. 어떤 사람들은 아주 멀리서 봤다고 했어요. 몇 사람이나 무지개다리를 실제 찾았는지는 아무도 몰랐습니다. 소문에 의할 것 같으면 바다 어딘가에 무지개다리가 있는데, 그걸 찾아내는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곳으로 간다고 했으니까요. 어떤 사람은 그 다리가 천국으로, 또 어떤 사람은 마음이 바라는 곳으로 이끈다고 했습니다. 사람들은 모두 멀고 먼 바다 아래 숨어 있는 땅으로 이끈다고 믿었지요. 해적과 모험가들에게 그것은 다이아몬드로 빛나는 나무와 황금 나뭇잎이 달린 나무 사이로 바람이 불어오는 마법의 세계로 가는 관문이었습니다.
_「바다에서 만나는 무지개다리」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