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단한 필력과 서정성을 갖추고서 잔잔한 이야기로 강한 울림을 전해 온 현진 스님이 이번에 새로운 산문집을 냈다. ‘삶의 고난에 대응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는 『번뇌를 껴안아라』.
『삭발하는 날』 『산문, 치인리 십번지』『오늘이 전부다』 등으로 일찍이 불교계뿐만 아니라 많은 대중에게 호평을 받아온 스님은 이번에도 간결하고 담백한 문체와 군더더기 없는 문장으로 삶의 지혜를 전하고 있다. 그렇다면 삶의 지혜란 어떤 것을 말할까.
그물코 하나를 당기면 그물망은 따라오는 법.
삶의 원리를 크게 통찰하면
세세한 번뇌는 우수수 떨어질 것이다.
우리가 어리석은 것은 번뇌를 다스릴 줄 몰라서가 아니라
번뇌의 원인을 파악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리석음의 근원을 정확히 알고
그 상황을 반전시키는 그것이 지혜이다. 그래서 삶의 지혜는
번뇌 속에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더욱 필요한 가르침인지 모른다.
- 현진 -
이 책은 우리를 둘러싼 수많은 번뇌의 주된 요인 세 가지를 큰 주제로 잡았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경계해야 할 대상인 탐심, 진심, 치심이다. 그리고 이를 다스리기 위해 노력하고 실천했던 동서고금의 지혜들을 인용하면서 이야기를 풀어내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1. 탐-다섯 가지 욕망 다스리기. 탐은 남의 것을 소유하려는 욕망으로 이를 없애기 위해서는 보시를 행하라고 말한다.
2. 진-화내는 습관 다스리기. 진은 자신의 교만으로 타인을 욕되게 하고 분노하는 것인데, 성냄을 없애기 위해서는 자비한 마음을 내라고 한다.
3. 치-어리석은 마음 다스리기. 치는 물질에 얽매여서 넋이 나간 상태. 이를 위해서는 지혜를 닦아야 한다.
현진 스님은 유감스럽게도 현실의 고난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괴로움을 받아들이고 대응하는 방식은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고. 닭은 추우면 나무 위로 올라가고, 물오리는 물속으로 들어가 추위를 피한단다. 지금의 상황보다 더 깊이 몰입해서 고난을 전환한다는 것. 때로는 번뇌를 피하지 말고 삶의 일부분으로 인정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하라는 것이다. 스님은 전한다. 그물코 하나를 당기면 그물망은 따라오는 법. 삶이 원리를 크게 통찰하면 세세한 번뇌는 우수수 떨어질 것이다.
현진 스님
월간 『해인』편집위원과 불교신문 논설위원으로 활동하였으며,
그동안 간결하고 담백한 문체로
절집의 소소한 일상과 불교의 지혜와 교훈들을 독자들에게 꾸준히 전달해 왔다.
그의 글은 마치 사람을 앞에 두고 두런두런 이야기하듯 진솔하며,
또한 짧은 호흡의 군더더기 없는 문장으로
삶의 철학과 진리를 쉽고 명쾌하게 풀어내고 있어서 더욱 흡인력이 있다.
현재 충북 청원 마야사에서 정진하고 있으며
속리산 법주사 수련원장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 『삭발하는 날』 『잼있는 스님이야기』 『산문, 치인리 십번지』
『두 번째 출가』 『오늘이 전부다』『삶은 어차피 불편한 것이다』
『언젠가는 지나간다』등이 있다.
목차
시작하는 이야기_ 세 가지를 조심하라
貪 다섯가지 욕망 다스리기
이름 없이 일을 해라
부질없이 백발이 다 되었네
명예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은 없다
명예는 모래집과 같다
그대를 위해 콧물을 닦지 않겠다
.
가난을 알면 부자다
탐욕의 끝은 무덤이다
걱정을 사서 한다
사람의 천적은 오직 욕심뿐이다
관을 덮을 때 알면 너무 늦다
嗔 화내는 습관 다스리기
화를 내면 천사들이 사라진다
사람의 독이 가장 무섭다
화는 화禍를 불러온다
만질수록 더욱 커진다
참는 자가 이긴다
.
화가 나서 장가를 가더라
작전상 화를 내라
자존심을 건들지 말라
상황의 노예가 되지 말라
화를 잘 내면 흉이 된다
癡 어리석은 마음 다스리기
무상을 인식하라
나보다 못한 사람을 생각하라
꼬리를 따라가면 안된다
잠이 깨는 것은 살아 있다는 증거다
밥그릇이나 씻어라
.
흐름을 따라가라
절약은 현명하지만 인색은 어리석다
무엇이 지혜로울까
어리석은 자를 따라하지 않으면 된다
공짜로 주어지는 결과는 없다
마치는 이야기_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가?
아, 이 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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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로 ‘탐낼 탐貪’ 자는 ‘조개 패貝’ 위에 ‘이제 금今’ 자가 있고, ‘가난할 빈貧’ 자는 ‘조개 패貝’ 위에 ‘나눌 분分’ 자가 있다. 이는 탐욕이 화폐를 계속 쥐고 있는 것이라면 청빈은 그것을 나눌 때 가능해진다는 뜻이다. 재물을 쓰지 않고 감추는 것은 스스로 소유의 골방에 갇혀 있는 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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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이익에만 빠져 현재의 상황을 파악하지 못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가. 지금의 일이 화를 불러올지 복을 불러올지를 알아야 한다. 당장의 이익에만 눈멀면, 등 뒤에 숨어 있는 불행을 보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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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는 눈덩이다. 자꾸 굴리면 커지지만 그냥 두면 작아져서 없어진다. 눈덩이가 녹고 나면 무슨 실체가 있던가. 화 역시 감정의 거품인 것이다. 따라서 화내는 자신을 알아차리면 화의 급류에서 벗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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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들도 혀를 언제나 부드럽게 간직하게.
딱딱한 혀를 가진 사람은 남을 화나게 하거나 불화를 가져오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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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를 구할 때 받아 주지 않는 것도 허물이다.
원한을 품어 오래 두지 말고 분노의 땅에도 또한 머물지 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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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결론이다. 화를 냈다면 그 화를 알아차리고, 화를 참았다면 그 화를 지켜보아라. 그럼 둘 다 병이 되지 않고 용해된다. 이 말은 화낼까, 참을까, 이 둘을 가지고 고민하지 말라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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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화를 낼 수 있다. 그것은 쉬운 일이다. 그러나 올바른 대상에게 화를 내는 것, 적당하게 화를 내는 것, 적절한 시기에 화를 내는 것, 올바른 목적을 위해 화를 내는 것, 올바른 방법으로 화를 내는 것, 그것은 어려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