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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암 스님의 『친절한 간화선』
“선(禪)은 깨어 있는 눈이요, 열려 있는 삶이다. 우리의 일상을 여의고 선이 없으며, 마음을 떠나 부처를 찾을 수 없다. 그러므로 평상심이 도(平常心是道)이며, 마음이 부처(卽心是佛)라고 말하는 것이다. 평상심이 도이기에 생활이 그대로 참선이요, 마음이 부처이기에 참선이 그대로 생활이다. 사람이 부처다. 사람이 부처인 세상을 만들기 위해 부처님은 이 땅에 오시었다. 부처님의 제자인 우리들도 기꺼이 사람이 부처인 세상을 만들기 위해 수행의 좌복을 깔고 교화의 걸망을 져야 한다. 모든 사람을 부처로 섬기고, 모든 사람이 부처로 살아가는 정토를 장엄하고자 하나의 티끌을 더하는 노고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 - 월암 스님
이미 『간화정로』와 『돈오선』으로 어려운 ‘간화선’ 체계를 쉽게 풀어내어 간화선의 지평을 넓혔다는 평을 받은 월암 스님이 이번에는『친절한 간화선』으로 우리에게 한 번 더 간화선에 대한 친절한 가르침을 주고 있다. 친절에는 안의 친절과 밖의 친절이 있으니, 수행자가 안으로 화두에 간절하게 사무치는 것이 안의 친절이며, 모든 생명을 부처로 섬겨 요익되게 하는 것이 밖의 친절이라고 말하고 있다.
『친절한 간화선』은 첫째 신앙과 수행과 생활이 하나되는 생활선 입문서이며, 둘째 초심자의 눈높이에 맞춘 간화선 수행의 지침서이며, 셋째 간화선 수행의 점차적 단계를 설정했으며, 넷째 선오후수(先悟後修)로써 선수증(禪修證)의 체계를 세우고 있으며, 다섯째 수행자의 자세와 참선수행의 요체를 밝히고 있으며, 여섯째 간화선의 대중화와 세계화의 이론적 정초를 마련하고 있다.
1. 참선 입문서로서 신앙과 수행과 생활의 정립(鼎立)을 통한 생활선(生活禪)을 강조하고 있다. 신앙을 떠난 수행, 수행이 없는 생활, 생활이 결여된 신앙은 정법에 어긋난다. 즉 신심과 원력이 없는 수행은 공허(空虛)하여 모양(相)만 키우게 되고, 수행이 없는 생활은 무명에 쌓여 업(業)만 키우게 되며, 현실적 삶에 바탕을 두지 않는 신앙은 맹신에 빠져 무지(無知)만 키우게 된다. 철저한 신앙심이 바탕이 되지 못하고, 지금 여기의 현실적 삶에 뿌리를 두지 않는 참선수행은 메마른 간혜지(乾慧智)만 남게 되어 자신과 세상을 구하지 못한다.
2. 초심자를 위한 간화선 수행의 지침서로서 참선수행을 하려는 사람들을 위해 선수행의 기초와 과정 및 회향에 대해 비교적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특히 좌선의(坐禪義)와 정견(正見)의 확립 및 화두 결택(決擇)과 참구방편 등에 대해 중점적으로 피력하고 있다.
3. 선수행의 단계로 1) 신귀지(信歸地) ⟶ 2) 발심지(發心地) ⟶ 3) 습인지(習忍地) ⟶ 4) 정견지(正見地) ⟶ 5) 경안지(輕安地: 解悟) ⟶ 6) 안상지(安祥地) ⟶ 7) 가행지(加行地) ⟶ 견성지(見性地: 證悟) ……… 구경불지(究竟佛地) 등으로 나누어 설명하므로 해서 선수행자들에게 방향 설정을 유도하고 있다.
4. 수증의 체계로서 먼저 깨닫고 후에 닦는 선오후수(先悟後修)로서의 돈오점수(頓悟漸修)를 논증(論證)하고 있다. 즉 중생각(衆生覺)으로서의 해오(解悟)와 성인각(聖人覺)으로서의 증오(證悟)를 나누어 두 단계의 선오후수를 설명하고 있다.
5. 간화선 수행의 단계로 일념반조(一念返照)하는 내용을 다시 정리해 보면, ‘이것이 무엇인가?’라는 물음(참구)을 통해 ① 망념 <바라보기> ⟶ ② 분별 망념의 <멈춤> ⟶ ③ 생각 이전 자리의 <직면> ⟶ ④ 본래심(부처)의 <깨달음>에 이르게 되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화두참구의 과정을 두 단계로 나누어 중도의 관점에서
제1단계: 마음의 생사 ⟶ 화두참구 ⟶ 공적(空寂)한 마음
↳ 윤회
제2단계: 마음의 공적 ⟶ 화두참구 ⟶ 영지(靈知)한 마음
↳ 무기
으로 설명하고 있다.
6. 견성성불(見性成佛), 요익중생(饒益衆生)로 요약되는 선의 종지(宗旨)를 명확하게 밝힘과 동시에 화두참구(話頭參究)와 보현행원(普賢行願)이 하나 되는 중생회향(衆生廻向)에 대해 강조함으로 해서 선의 대중화와 세계화를 위한 이론적 정초(定礎)를 마련하고자 하였다.
이에 덕숭총림 방장으로 계시는 설정(雪靖) 큰스님께서는 “월암선사가 이번에『친절한 간화선』이라는 저술을 통해 시대적 책임과 사명을 다하지 못하는 사부대중에게 경종을 울리는 한편, 출가와 재가의 수행자에게 있어서 과연 어떤 것이 올바른 정진이며 무엇이 구경을 향한 수증인지를 세세하고도 분명하게, 경전과 어록의 가르침에 의거하여 심도 있게 분석하고 체계적으로 논술하였다.”라고 추천의 글을 주셨다.
간화선이란
화두의심의 일념을 통해 바깥 경계로 향하는 의식작용을 멈추어, 즉 망념을 끊어, 진여본성이 드러나게 하는 것이다. 마음은 일어난 바 없이 일어나는 것이기 때문에 실로 있는 것도 아니요 실로 없는 것도 아닌 불이중도(不二中道)의 마음이다. 불이중도에서 보면 번뇌가 곧 보리이며, 생사가 곧 열반이며, 중생이 바로 부처다. 중도의 깨달음은 보되 본 바 없이 보기 때문에 색으로부터 해탈이며, 듣되 들은 바 없이 듣기 때문에 소리로부터 해탈이며, 생각하되 생각한 바 없이 생각하기 때문에 생각의 대상(법)으로부터 해탈이다. 언제 어디서나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마음과 경계가 둘이 아닌 해탈자재의 삶을 살아가는 것이 불이중도(不二中道)의 수행이다. 간화선은 이뭣고라는 물음의 현전일념을 통해 생각 없음(無念)과 생각 있음(有念) 그 어디에도 얽매이지 않는 해탈의 길을 제시하는 불이(不二)의 수증이다.
간화선 수행이 형식주의와 선정주의의 함정으로부터 탈피하여 망념이 그대로 정념임을 통찰하는 반야의 눈이며, 깨어 있고 열려 있는 일상의 삶 자체이기 위해서는 철저히 불이중도의 실상을 체득해야 한다. 나아가 간화선 수행이 시대 대중의 아픔을 치유하고 전 삶의 영역에서 해탈의 기쁨을 주기 위해서는 화두참구의 일념 가운데 육도만행(六度萬行: 육바라밀)이 두렷이 드러나야 한다. 선수행은 한 법도 세운바 없이 만법을 건립하는 것이기에 실상에서는 본래무일물(本來無一物)의 돈오이지만, 방편에서는 늘 부지런히 털고 닦는(時時勤拂拭) 만법의 점차를 세우게 된다.
간화선 수행을 단순히 화두참구의 방법론에만 국한시키지 않고, 전체 선수행의 영역에서 제시하고 있는 수증의 해탈론으로 승화되어야만이 진정한 의미의 선수행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즉 간화선 수행을 통해 시대 대중들이 안심입명(安心立命)의 해탈법문에 들어갈 수 있으며, 동시에 화두하는 현전일념의 바탕에 보현행원(普賢行願)이 원만하게 드러나 중생회향이 이루어져야 명실상부한 최상승의 수증체계로서 인정을 받을 수 있는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견성성불, 광도중생이라는 선의 근본종지를 회복해야 하며, 선의 대중화ㆍ세계화를 위한 체계적 방법론에 의거한 간화수증론이 정립되어야 한다. 거듭 말하면 이뭣고의 물음이 존재의 실상에 대한 물음임과 동시에 어떻게 사는 것이 역사와 사회에 대한 바른 회향인가를 묻는 물음이 되어야 한다. 이와 같이 존재에 대한 인식론적 물음과 역사에 대한 실천론적 물음이 동시에 제기되어야 간화선의 대중화와 세계화가 앞당겨질 수 있을 것이다.
월암月庵 스님
1973년 경주 중생사에서 도문 큰스님을 은사로 출가했다.
중국에 건너가 옛 선종의 200여 조정(祖庭)을 참배하고 선지식을 참문하였으며,
진여선사, 남화선사, 백림선사, 정거선사, 용천선사 등 여러 선원에서 안거하였다.
그리고 북경대학 철학과에서 중국철학을 공부하고, 선종사를 전공하여,
『돈오선 연구』로 철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또한 동국대학 선학과에서 후학을 지도하였으며, 전국선원수좌회 학술위원장을 역임하였다. 화엄사, 백양사, 봉암사, 정혜사, 벽송사, 대승사 등 제방선원에서 수선안거하였다.
지금은 부산 미타선원 행복선수행학교 교장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문경 불이마을 한산사를 건립하여 용성선원장으로서 불이선(不二禪) 운동에 진력하고 있다.
저서로는 『간화정로』, 『돈오선』, 『선원청규』(공동 편찬),
『친절한 간화선』 등이 있다
목차
제1장 발심
제1절 귀의와 신심
제2절 발보리심
제3절 출가
제2장 습인
제1절 참회
제2절 좌선
제3절 선교겸수
제4절 삼학등지
제3장 정견
제1절 중도정관
제2절 선지식의 지도
제4장 수증
제1절 선오후수
제2절 견성성불
제5장 간화선
제1절 정념과 화두
제2절 화두참구의 자세
제3절 호두의 결택
제4절 화두참구
제6장 회향
『친절한 간화선』에서는 한국불교의 회통적 가풍에 입각하여 간화선 수행을 화두참구라는 방법론에만 한정시키지 않고, ‘발심으로부터 습인(習忍)의 닦음, 정견의 확립, 화두참구의 방법론 및 보현행원의 회향’에 이르기까지 포괄적 의미의 간화정종(看話正宗)을 수립하는 것을 염두에 두고 논지를 전개하고 있다. 저자는 이러한 모색이 하나의 징검다리가 되어 간화선 수행의 지남(指南)이 완성되고, 이 지침서를 통해 많은 대중들이 간화선 수행에 입문하여 안심의 삶을 살아가게 하는 데 집필의 목적을 두고 있음을 밝히고 있다. 따라서 선수행에 필요한 다양한 요소들을 체계적으로 정리하여 간화선 수증의 방편으로 제시하고 있다. 이를 위해 특히 선수행의 정신과 실천의 두 측면을 중점적으로 탐색하여 종문의 올바른 화두선의 사상적 토대와 수행의 방양(榜樣)을 정립해 보는 방법을 택하고 있다.
제1장 발심(發心)에서는 제1절 귀의와 신심, 제2절 발보리심, 제3절 출가 등에 대해 천착해, 모든 수증체계에서는 삼보에 귀명하는 것으로 출발점을 삼아, 신심과 발심이 전제되지 않은 선수행은 구두선에 그치기 쉬우며, 출재가자를 막론하고 생사를 벗어나겠다는 출가의 정신이 결여되면 올바른 수행이 이루어질 수 없기 때문에 다층적 의미의 출가에 대해 기술하였다.
제2장 습인(習忍)에서는 수행을 익히고 체득해 가는 여러 이론과 실천을 통해 상호 융회적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음을 밝히며, 제1절 참회, 제2절 좌선, 제3절 선교겸수, 제4절 삼학등지의 차례로 내용을 전개하였다. 즉 진실로 발심한 수행자는 참회로부터 첫발을 내디뎌야 하며, 간화의 입장에서 좌선을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 아울러 선과 교를 함께 닦는 선교겸수의 가풍이 불교 수증의 방편에서 어떻게 전승되어 왔는지를 밝히고, 선수행이 그대로 삼학의 등지(等持)가 되는 선풍을 세우기 위해 선과 삼학(三學)의 관계를 정립해 보았다.
제3장 정견(正見)에서는 선수행에서 가장 중요한 바탕이 되는 정견에 대해 논술하였는데, 제1절에서는 중도정관(中道正觀)에 대해 살펴보고 제2절에서는 선지식의 지도에 대해 기술하였다. 불교 수행의 기본은 정견의 확립에 있다. 정견은 중도의 바른 관을 수행함으로써 확립될 수 있다. 그리고 선지식의 참문을 통해 정견과 수증의 방편에 대한 지도를 받음으로써 한결 용이하게 깨달음으로 나아갈 수 있게 된다.
제4장 수증(修證)에서는 저자 나름대로 수립한 선수행의 수증체계에 대해 기술하였다. 제1절에서는 먼저 깨닫고 나중에 닦는 ‘선오후수(先悟後修)’에 대해 논증해 보고, 제2절에서는 선의 종지이기도 한 ‘견성성불(見性成佛)’에 대한 선사들의 논지를 살펴봄으로써 견성과 성불의 의미를 살펴보았다. 다시 말하면 수행에 있어서 심성론(心性論)이 뿌리가 된다면 수증론(修證論)은 그 줄기가 된다고 할 수 있기 때문에 수증의 방편으로 선오후수를 주장하는 종문의 전통에 대해 살펴보고, 선종의 종지인 견성성불에 대해 구체적으로 논증해 보았다.
제5장 간화선(看話禪)에서는 본격적으로 간화선의 수증방법에 대해 천착해 보았다. 그런즉, 제1절에서 정념과 화두를 함께 고찰하여 남방의 위빠사나와 화두수행을 비교 관찰해 봄으로써 두 수행문화에 대한 회통의 길을 모색하였다. 제2절에서는 화두참구의 자세로서, 첫째 간절한 마음, 둘째 결정심을 갖춤, 셋째 순일한 마음을 살펴보고, 제3절에서는 간화선에 입문하고자 하는 사람을 위해 화두 결택의 중요성에 대해 피력하였으며, 제4절에서는 화두참구의 방편에 대해 기술하였다.
제6장 회향(廻向)에서는 회향의 의미와 함께 선수행과 실천회향에 대해 살펴보는 것으로 글을 마무리하였다. 여기에서는 선수행과 바라밀행이 결코 둘이 아님을 밝혀 견성성불과 보현행원이 함께 실천되는 수행풍토 조성에 대해 고민해 보았다.
돌이켜보면 현대사회는 삶은 비록 편리하고 풍요로워졌지만 갈등과 방황과 번뇌는 더욱 치성해졌다고 해야 할 것이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사람이 부처임을 자각하게 하는 선(禪)의 가르침은 이 시대 모든 사람들의 심리적ㆍ정신적 고통을 치유하여 건강한 부처로서의 삶을 살게 하고 모든 욕망의 사슬로부터 자유롭게 하는 방편이 될 수 있다. 이는 비단 수행자에게만 필요한 덕목은 아니다. 그렇다면 그 치유 방편을 쉽고 구체적으로 저술한『친절한 간화선』은 감히 ‘선수행의 정통 교과서’라 불릴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