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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영섭 기자의 《눈부시지만, 가짜》
불교계에서 종사하는 젊은 언론인이 선(禪)에 기초한 인생론을 다룬 책을 출간했다.
장영섭 불교신문 취재차장이 지은 《눈부시지만, 가짜》. 월간 불교잡지인 〈불광(佛光)〉에 2010년 1월호부터 2011년 12월호까지 2년간 연재했던 원고를 저본으로 삼았다. 이어 4개월간의 퇴고와 정서를 거쳐 완성본을 펴냈다. 누군가 그리고 누구나의 삶에 대한 진솔하고도 날카로운 속삭임이다.
‘삶의 본질과 해법에 관해, 낮은 목소리로’란 부제에서 알 수 있듯, ‘삶이란 무엇이며, 어떻게 살아내야 하는가’란 화두를 숙고하면서 나름의 대답을 붙인 글모음이다. 고찰과 해석을 위한 기본도구로는 달마 대사를 원류로 한 ‘조사선(祖師禪)’을 선택했으며, 동서양 철학자들의 입담도 쪼개 넣었다. 선불교에 관한 해박한 지식과 인생에 대한 번뜩이는 통찰력이 돋보인다.
색다른 ‘힐링’이고, 상업주의의 탈을 벗은 ‘웰빙’이다. 저자의 문체는 아름답지만 차갑고, 쉽지만 단단하다. 마치 선사(禪師)들의 어투를 보는 느낌이다. 생각이 빚어낸 착각과 망상의 산물인 ‘현실’이란 녀석에 너무 구애받지 말라고 다독인다. 또한 남들이 지어내고 남들이 만끽하는 문명이나 이념과도 “놀아주되, 놀아나지 말라”며 당차게 강조한다. “살아 있다는 것의 의미란 어떤 식으로든 살아 있다는 것일 뿐”이라며 일체의 관념과 위선, 열등의식과 허례허식을 떨친 채 ‘지금 이대로 살아 있음’에 주목하라고 말한다.
이는 무위진인(無位眞人), 자신에게 덧씌워진 환경과 신분에 실망하지 않고, 자신만의 입장과 방식으로 삶을 일궈나가는 조사선의 정신과 맥이 닿아 있다. 그는 무언가에 대한 집착이 아닌 순수한 집중으로 삶이란 현상을 응대하라고 주문한다. 심지어 “남들의 입방아가 만들어낸 나의 인격이란 것도 껍데기에 불과하다”며 세상의 편견에 도전한다. 오랜 사유를 통해 저자는 “이제 나는, 그냥 나다. 나답지 않거나 못해도 결국은 나다. 삶도 그냥 삶이다. 더러워서 못 살겠다는 삶도, 그 더러움의 크기만큼 참된 것이다”란 결론에 도달했다. “지금 이대로가 존재의 완성”이란 깨우침이다.
저자의 지적대로 “끊임없이 남과 비교하고, 신명을 다해 남과 경쟁하고, 집요하게 남을 의식하고, 지독하게 남을 엿보며 자신을 고문하는 것이 이 시대의 준법이자 미덕이다.” 마음치유를 주제로 한 이런저런 서적들보다 철학적이고, 고준한 경전이나 사상서보다 해학적이다. 무언가가 되고 싶다는 허상을 물리친 채, 그냥 살아 있음 자체를 즐기라는 이 책은 현대인들에게 든든한 메시지가 될 것이다.
장영섭(張榮燮)
1975년 서울 출생. 연세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했다.
2002년 불교신문 기자로 입사해 지금껏 일하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전국 42곳 사찰에 깃든 풍물과 역사에 관한 에세이《길 위의 절(2009년 문화체육관광부 선정 우수교양도서)》,
조사선(祖師禪)의 핵심에 관해 기술한《공부하지 마라-선사들의 공부법》,
44인의 큰스님들과 인터뷰한 내용을 엮은 《그냥, 살라》,
스님들의 전통교육기관인 강원(講院)의 과거와 현재를 이야기한《떠나면 그만인데》가 있다.
생각이 곧 현실이다
선(禪)하게 산다는 것 / ‘양파껍질’의 비유 _13
선택 / 관건은 절망이 아닌 승복 _25
죄 / 선(禪)은 고양이로다 _35
닛폰 스타일 / 이런 ‘사쿠라’ 같은 경우가 _47
초연 / 누구나 밥을 먹지만 내가 밥을 먹는다 _59
말 / 닥치고 ‘본성’ 사수 _71
마음에 줄긋지 마라
거리 / ‘거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 _85
담배 / 생각에 대해 생각하지 마라 _97
은둔 / 오지 않는 잠은 기다리지 않는다 _109
폭력 / ‘아름다운’ 매질 _119
금기 / 노파가 암자에 불을 지른 까닭 _131
휴식 / 앞생각에 뒷생각을 덧붙이지 않으면 _141
인격이란 것도 껍데기에 불과하다
자아 / 그대가 치욕이고 망상이더라도 _155
돈 / ‘마음이 부자면 된다’는 말의 안쓰러움 _165
교육 / 서울대도 호떡이고 호떡장사도 호떡이다 _175
인간 / 사람과 사람 사이의 공(空) _185
자연 / 그래도, 입에 밥이 들어간다 _195
몸 / 몸에 묶인 삶은 자꾸 남에게 손을 벌리게 한다 _205
지금 이대로가 존재의 완성
관계 / 모두를 사랑한다는 건, 한 사람도 사랑할 수 없다는 것이다 _219
노동 / 우리에게 주어진 ‘쌀값’ _229
자유 / 놀아주되, 놀아나지는 말 것 _239
자비 / 내가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도 _249
죽음 / 쇼펜하우어의 자살 반대 _261
지혜 / 마지막 보루, 네버마인드(Nevermind) _271
본문의 핵심 구절
* 24p
마음은 양파와 같다. 벗기고 벗겨도 껍질뿐이다. 하긴, 그럼 어때. 껍질만 까서 요리하면 되지. 열심히 살겠다는 껍질. 그대를 사랑한다는 껍질.
* 30p
다만 어떤 선택을 하건 또 다른 삶이 열리리란 건 자명한 사실이다. 관건은 절망이 아닌 승복(承服)이다.
* 34p
내 마음이 부처의 마음임을 알면 그만이다. 어떤 선택을 하든 어떤 결과를 맞든, 행색이 초라하든 아이큐가 떨어지든, 하늘로 솟구치든 땅으로 꺼지든, 지금 이대로가 존재의 완성이다. 괜찮다, 힘내라.
* 57p
벚꽃이 떨어질 때 세상은 아름답다. 누군가 죽어줘야 또 누가 산다.
* 69p
선(善)을 기뻐하되 부러워하지 않는다. 악(惡)을 증오하되 분노하지 않는다. 세상을 존중하되 신뢰하지 않는다. 누구나 밥을 먹지만 내가 밥을 먹는다.
* 80p
삶이 불행한 이유는 ‘행복’이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행복이란 낱말과 개념에 얽매이면 행복에 종속된다. 실체도 없는 행복을 수치화하려 애쓰며 ‘적은’ 행복에 실망하고 ‘많은’ 행복을 부러워한다.
* 106p
남들보다 잘 산다는 우월감, 남들보다 못 산다는 열등감…. 이러나저러나 생각이 꾸민 연극에 불과하다. 박수치고 웃되, 무대 위로 난입하진 말 것.
* 118p
사람과 부딪치고 시간에 쫓긴다? 뭐, 그럴 수 있다. 현재는 남루하고 미래는 불투명하다? 불편하지만, 견딜 만하다. 더구나 이제는 쓸쓸해서, 편안하다. 오지 않는 잠은 기다리지 않는다. 내 몫이 아닌 복은 건드리지 않는다. 가보자, 가는 데까지.
* 140p
잘못 들어선 길도 길이며, 길이 아니더라도 내가 가면 길이 된다. 살아있다면, 그저 살아내면 된다.
* 143p
굳이 내가 참견하지 않아도 세상은 굴러간다는 성찰과, 세상이 도와주지 않아도 행복할 수 있다는 희망을 얻은 것이다.
* 174p
없으면 없는 대로, 있어도 없는 척하며 산다. 어차피 불행과 죽음은 뇌물을 받지 않는다. 필요한 만큼만 소유하고 필요한 만큼만 성질내는, 마음의 긴축. 소문난 잔치일수록 쓰레기가 많은 법이다.
* 179p
이제는 공부도 매매가 가능하다. ‘쩐(錢)’이 ‘쯩(證)’을 낳고 ‘쯩’이 ‘쩐’을 낳는다는 인식은 바야흐로 사회적 합의로 자리 잡아 가고 있다.
* 191p
마음의 길을 따르는 한 행복하면서 불행하고, 행복하지만 불행하고, 불행한데도 행복하기는 누구에게나 마찬가지다. 선(善)이 오늘이라면, 악(惡)은 내일이다. ‘완전하다’는 말은 필연적으로 ‘불완전하다’의 오자(誤字)다. 이것과 저것은 본질적으로 한통속이다.
* 235p
선사가 말한 ‘쌀값’이란 인간의 땀과 피로, 음모와 배신, 타협과 조정의 총량이자 응축이란 성찰. 누구나 쌀값에 연연하고 더구나 연루되어있는 만큼, 쌀값이 부여한 노동과 쌀값이 지정한 처지를 견뎌야 한다는 것.
* 238p
길 위에서 해볼 만한 일은, 걸어가는 것뿐이다.
* 258p
내가 짐작하는 자아가 헛것이듯, 남이 넘겨짚는 나의 인격 또한 껍데기에 불과하다. 진실은 없거나 알 수 없고 다만 고민과 편견, 미디어와 ‘사진빨’이 있을 따름이다.
* 270p
다만 분명한 사실은 삶은 죽음의 그림자이며, 삶의 원형은 죽음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살아 있는 것에게 주어진 필생의 몫이란, 그저 살아가다가 죽는 일이다.
* 273p
그저 있는 그대로다. 배후도, 구원도 없다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