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는 누대 이어져 온 음식문화가 있는데, 가벼우나 가볍지 않으면서 눈과 입을 즐겁게 하고 건강과 성품을 살리는 음식이 그것입니다.
사찰음식은 식감을 높이기 위해 몸에 해로운 재료를 전혀 쓰지 않기 때문에 건강에 좋고 꾸준히 먹으면 질병이 치료되고 과격한 성격이 변화됩니다.
더 나아가 욕심과 성냄과 어리석음이 치유되어 사랑과 자비심이 가득한 인격으로 형성됩니다. 내 몸이 더욱 건강해지고 마음도 따뜻해져서 내가 행복해지면, 자연스럽게 내 주변에 함께 살고 있는 내 가족과 이웃도 함께 행복해지지 않을까!
이것이 사찰음식에 담긴 의미이고 『불영이 감춘 스님의 비밀레시피』에 이어 김치를 주제로 한 책 『김치나무에 핀 행복』을 발간한 이유이기도 합니다.
이번 『김치나무에 핀 행복』은 불교의 역사 속에서 오랜 세월 우리들의 문화를 받아들이며 함께 발전해 온 발효음식 김치를, 불영사 천축선원의 안거 수행과 더불어 소개하고 있는데, 고즈넉한 불영산사의 선방 이야기는 재미난 삽화로, 마음을 다스리는 한 편의 에세이로 또 다른 건강을 우리에게 전합니다. 김치를 활용한 84가지 요리는 오히려 덤!
『김치나무에 핀 행복』을 통해 몸과 마음이 건강하게 발현된다면, 이 책은 그 역할을 다 한다 할 것입니다.
책의 저자 일운 주지스님은 《김치나무에 핀 행복》를 펴낸 이유에 대해, 김치에 대한 효능과 김치가 숙성되는 과정에서의 유산균이 인체에 얼마나 유익한지는 너무나 잘 아는 사실이지만, 사계절 내내 다른 맛과 모습으로 우리들의 건강을 책임지는 김치를 통해 단순히 늘 먹는 음식이라는 개념을 떠나, 그 하나하나의 소중함과 그것을 대하는 우리들의 마음가짐을 다시 한 번 되새겨 보고 싶어서라고 이야기합니다.
책은 모두 4장으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봄안거, 여름안거, 가을안거, 겨울안거로 나누어 계절에 어울리는 김치 및 김치활용요리를 싣고 사이사이에 계절별 절집 살림살이를 수행 이야기로, 삽화로, 에세이로 풀어 전하는데, 그 이야기가 우리의 몸과 마음을 살찌웁니다.
심전 일운
현재 경북 울진 불영사 주지로 있으며 천축선원을 중심으로 25여 동에 이르는 가람을 일구었다. 행복한 정토사회 실현을 위해 2011년 6월 염불만일수행결사를 시작으로 해외 어린이 교육 사업과 북한 어린이 돕기에 동참하고 있으며, 사찰음식축제와 울진군민을 위한 산사음악회, 초 · 중 · 고 어린이와 청소년 백일장을 매년 개최함으로써 현재 함께하는 삶을 통해 정토를 바로 보는 삶을 가르치고 있다. 또한 2012년
7월에는 울진읍내에 지역주민과 함께 문화 및 복지 사업을 일구어 갈 심전문화복지회관 기공식을 가졌다.
현 전국비구니선문회 부회장, 울진불교사암연합회장, 제14대 중앙종회의원과 현 15대 중앙종회의원을 맡고 있다. 저서로는 《불영이 감춘 스님의 비밀레시피》가 있다.
가지김치/오미자무쌈말이물김치/열무김치와 국수/매실김치/적겨자잎김치/쌈채물김치/녹차백김치/녹차를 약으로 먹는 방법/오이소박이/상추수수삼김치/고구마줄기김치/백김치/김치김밥/김치소파프리카/김치잡채/백김치오이롤밥/깍두기볶음/메밀김치수제비/김치비빔국수/김치두부덮밥/김치버거/감자김치전
겹겹이 싸인 양배추를 보며 우리들이 ‘나’라고 굳게 믿고 고집하는 수많은 무의식을 보는 듯하다.
누군가에겐 착한 아내로, 누군가에겐 둘도 없는 친구로, 누군가에겐 듬직한아들로….
우리는 관계 속에서 수많은 역할들을 하며 살아간다. 사람들이 얘기하는 나! 이제껏 들어왔던 것들로부터 나는 그런 사람이라고, 그것이 나의 모습이라고 착각한다. 그리고, 그렇게 스스로 믿어 왔던 것들이 어느 날 무너질 때 ‘나는 고통 받았다’며 상처를 받는다.
과연 누가, 나는 그런 사람이라고 믿어 왔는가? 과연 누가, 그렇게 믿으라고 시켰단 말인가? 그렇게 일어나는 생각들이 나라고 믿는 순간, 우리는 진정한 나를 절대로 만날 수 없다.
배추심기 울력
좁은 포트 속에서 몸부림치던 배추가 세상 밖으로 나온다.
하늘을 향해 힘껏 기지개를 켜는 녀석들을 보고 있자니, 잠시나마 농부들의 피땀어린 정성과 그들 마음속의 행복 또한 느껴진다. 하나하나 제자리를 찾아가는 모습 속에서 스스로의 위치도 점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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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구인가?
열무김치와 국수
스님들의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그래서 소면笑面이다.
다른 누군가의 기쁨이 된다는 건 그리 어렵지 않지만, 사실 그리 쉽지도 않다. 누군가를 기쁘게 하려고 한다면, 이미 그것은 나의 행복을 위한 거짓일지도 모른다. 가끔 우리는 웃고 있는 얼굴에서 슬픈 가슴을 느끼고,슬퍼하는 울음 속에서 상대의 깨어남을 느낀다. 기쁠 때 그냥 기뻐하고, 슬플 때 그냥 슬퍼하자! 우린 그 진실함 속에서 서로에게 충분한 사랑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