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 전, 서울 불일미술관에서 ‘고무신’ 설치작품전을 연 희상 스님을 혹시 아시는지요? 고무신 1000켤레의 석고를 떠서 선반 위에 진열한 뒤 금강경을 새긴 작품, 때 묻고 낡은 고무신들을 전시장 가운데 수북이 쌓아놓은 작품, 벽면에 줄지어 설치된 새싹 담긴 고무신 작품 등. 이 전시회의 제목은 ‘하나로 돌아가기’로 모든 것은 하나라는 ‘만법귀일(萬法歸一)’의 메시지를 전하였다.
그 희상 스님이 최근에 책을 냈다. 그동안 꾸준히 그려온 그림과 전시회 때의 고무신 작품들에다 한 호흡 쉬어가게 하는 짧은 글을 담은 <당신을 바라봅니다>.
희상 스님은 경북 청도 운문사 운문승가대학을 졸업하고 동국대 미술학과를 나온 뒤 독일로 건너가 브레멘국립조형예술대학교에서 현대미술을 전공하였다. 독일에서 8년 동안 회화, 설치, 행위예술 작업을 해 온 스님은 한국, 독일, 프랑스에서 전시회를 열기도 몇 차례.
늘 다양한 작업을 통해 본질에 가까이 접근하고자 하는 시도를 하는 작가의 화두는 ‘바르게 바라봄’이다. 나의 행위를 지극한 마음으로 바라보고 언어의 표현을 바라보고 손짓의 모양을 되돌려 바라보는 것. 그것이 작가에게는 예술작업이 되고 수행이 되리라. 스님은 그렇게 그림(禪畵)을 그리고 고무신에 금강경을 새기고 고무신에 새싹을 키우셨다.
이러함을 모아 모아 그림책으로 엮은 것이 <당신을 바라봅니다>이다. 함께하는 이들과 일상의 모습들을 그림일기 형식으로 표현하였다. 바쁜 일상에 그림 한 점 바라보고 한 호흡 쉬어 갔으면 하는 작가의 바람이, 그림 속에 오롯하다.
선화(禪畵)로 불리기도 하는 스님의 회화 작품은, 간결한 그림 속에서 평안과 휴식을 준다. 또한 작품 몇 가지는 의문을 품게 만들기도 한다. “저건 뭘 말하지?”
우리는 익숙한 것들에 많이 길들여졌습니다.
그러나 미술에는 사람들의 고정관념을 깨는 작품들이 많습니다.
“저게 뭘까?” “왜 그랬을까?” “도대체 예술이란 무엇인가?”
하는 의문을 보는 이들에게 선사하는 것입니다.
그럴 때, “이게 뭐야?” 하는 그 물음을 일으키는 눈과 느낌과 생각들이
작품을 이해하는 데 가장 중심이며 기본이 됩니다.
- 희 상 -
그런 의문과 휴식을 통해 우리는 삶에서 내게 맞는 답을 찾을 수 있다. 그림을 보고 있으면, 머릿속으로 바람이 불고, 꽃이 피고, 걱정이 사라지고, 다시 일어날 힘이 생긴다. 내 삶이 한결 정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