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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영적 스승이 들려주는 분노와 충동 조절법. ‘잠시, 멈춤’
하루가 멀다 하고 신문 지면을 장식하는 ‘묻지마 범죄’. 하지만 범죄 연구가들은 엄밀한 의미에서 ‘묻지마 범죄’는 없다고 말한다. 이런 범죄의 주인공은 대부분의 스트레스에 의한 ‘분노조절장애’를 앓고 있는 사람들이다. 가장 가깝게는 지난 9월 미국 워싱턴에서 벌어졌던 총기난사 사건의 범인을 꼽을 수 있다. 모두 13명의 인명을 앗아가고 미국의 수도 워싱턴을 24시간 넘게 공포로 몰아넣었던 사건의 주인공 역시 분노조절장애를 앓고 있는 30대 남성으로 판명됐다.
분노조절장애는 남의 나라 일만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 최근 벌어진 반사회적 반인륜적 사건의 주인공들 역시 대부분 분노조절 장애라는 판정을 받았다.
비단 어른들만의 일도 아니다. 올해 초등학교에서 책상을 집어던지며 선생님에게 반항했던 어린이 역시 분노조절장애 판정을 받았다. 우리에겐 흔히 ‘다혈질’로만 알려진 이런 분노조절 장애는 이미 심각한 사회문제다.
곰곰 돌아보면 누구나 강도는 다르지만 가정에서나 직장에서 분노를 전하는 데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다.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에도 이런 분노가 묻혀 나오는 경우가 많다. 중립적일 것 같은 언어 하나에도 증오와 폭력이 묻어나온다. 가령 평생 앙숙인 철수나 영희에 대해 말할 때 그들의 이름을 말하는 우리의 어조에는 경멸과 공격성을 담게 된다.
하지만 이런 분노와 충동이 밀려올 때 누군가 싫어하는 말이나 행동을 할 때 앙갚음이나 화풀이를 하고 싶을 때 그때, 잠시 멈출 수 있다면, 심호흡을 하면서 느긋해질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저자는 바로 이 짧은 순간에 우리는 ‘타고난 열린 마음’에 연결될 수 있다고 말한다. 잠시 멈추고 여유를 가지면서 폭력과 공격성의 ‘늑대’ 대신에 용기와 인내의 늑대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잠시, 멈춤’어렵지 않아요
저자 페마 초드론은 세계가 인정한 영적 스승이다. 이미 30년 넘게 티베트불교 수행을 해온 여성 수행자다. 영국의 가장 권위 있는 명상 매거진인 「왓킨스Watkins」지는 달라이 라마, 파울로 코엘료, 넬슨 만델라 등과 함께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영적 인물 100’에 2010년부터 4년 연속 그녀의 이름을 등재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녀가 이 책에서 전해주는 낡은 습관과 두려움 그리고 충동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오랜 좌선도 깊은 명상도 아니다. 그저 분노가 충동이 일어난 순간에 혹은 상대방에 미움이 일어난 순간에 마치 교차로에서 노란불이 들어온 것을 보듯 그저 잠시, 멈추라고 이야기 한다.
대체로 우리는 잠시 멈추는 바로 그 순간에 숨겨져 있던 타고난 지성을 끄집어내어 자신을 들여다볼 시간을 가지게 된다. 왜 그런 불쾌한 전화를 하고 싶은 걸까, 왜 그런 치사한 말을 하고 싶은 걸까, 그런 일 때문에 술을 마시거나 환각제를 피우고 싶은 걸까 등등.
어떤 사람을 보거나 어떤 소식을 듣고는 당장에 벌컥 화를 내거나 낙담하거나, 마찬가지로 극단적인 감정적 반응을 한다면, 잠시 멈추는 것은 무척 도움이 된다. 잠시 멈추는 것은 온전히 자신에게만 몰두하는 것과 활짝 깨어 지금 이 순간에 머무는 것 사이의 찰나의 대조를 만들어낸다. 어렵지 않다. 그저 몇 초 동안 멈추고 심호흡을 하고 넘어가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셴파’에서 탈출하기
저자는 이 책의 많은 장에서 티베트어 셴파(shenpa)라는 단어를 자주 언급하고 있다. 이 단어는 ‘집착’으로 번역되기도 하고 '가려운 곳을 긁는 고통‘이라는 뜻이 담겨 있기도 하다.
우리는 일상에서 이런 셴파를 자주 경험한다. 누군가가 귀에 거슬리는 말을 하면 마음속의 뭔가가 팽팽하게 긴장한다. 금세 ‘낚여’ 버린 거다. 이런 긴장은 재빨리 남을 비난하거나 자신을 탓하는 것으로 이어진다. 말이나 행동, 사로잡힘의 연쇄 반응이 재빨리 일어난다. 만약 심하게 중독되어 있는 사람이라면 이 불편한 느낌을 가리기 위해 곧장 중독 상태로 빠져들 수도 있다.
저자는 가장 근본적이고 본질적인 셴파는 에고 그 자체라고 말한다. 우리 자신의 정체성, 즉 자신이 생각하는 자기 자신의 모습에 대한 집착이다. 정체성이 위협받는 것을 경험할 때 아집이 매우 강해지고 자동적으로 셴파가 일어나게 된다. 그러면 자신의 소유물이나 견해, 의견에 대한 집착 같은 부산물이 생겨난다.
저자는 이런 셴파를 실행에 옮기지 않고 자제하는 일에 대해 말한다. 그것은 바로 이를 거부하기 보다는 이것에 익숙해지는 거다. 그러니까 우리의 셴파를 알아차리고, 무의식적으로 셴파를 실행에 옮기거나 억제하는 대신 셴파를 똑똑히 보고 온전히 경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셴파를 알아차리고는 회피하지 않고 온전히 경험하려 할 때, 우리는 타고난 지성을 따르게 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인류의 평화와 행복을 위한 ‘잠시, 멈춤’
이 책은 우리가 어떤 식으로 자신에게만 몰두하는 좁은 견해에 갇히는지를 자세히 들여다보기 위한 시도다. 하지만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이 책의 결론에서 강조하는 것은 ‘깨달음에 이른 사회’다. 단지 우리들 각자가 더 행복해지기를 기원하는 마음뿐 아니라 자신의 행복 너머의 것을 보고, 타인의 크나큰 고통과 세계의 불안정한 상황을 생각할 수 있게 되는 것이 이 책의 진정한 목적이라고 저자는 다시 한 번 강조한 것이다.
저자의 언급대로 우리는 저마다의 역기능적 습관을 바꿈으로서 자연히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다. 물론 개인의 깨달음은 이런 깨달음에 이른 사회와 서로 맞물려 있다. 저자는 우리가 저마다 공격성과 중독에 대한 욕구를 버릴 수 있다면, 지구 전체가 건강해질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러기 위해서 저자는 타고난 지성, 열린 마음 그리고 따뜻함에 대해 강조한다.
그리고 저자는 마지막으로 이런 말을 인용한다.
“우린 할 수 있다!”
지은이
페마 초드론 Pema Chödrön
가톨릭 가정에서 자라 미국의 명문 주립대학 UCLA를 졸업하고 캘리포니아와 멕시코에서 초등학교 교사를 지냈다. 남편의 외도 후 한동안 정신적 방황을 겪다가 프랑스에서 티베트 불교를 접하고 쵸감 트룽파 린포체Chӧgyam Trungpa Rinpoche의 제자가 되면서 본격적인 티베트 불교 수행자의 길을 걸었다.
영국의 가장 권위 있는 명상 매거진인 <왓킨스Watkins>지는 달라이 라마, 파울로 코엘료, 넬슨 만델라 등과 함께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영적 인물 100’에 2010년부터 4년 연속 그녀의 이름을 등재했다.
현재 그녀는 북미에 설립된 최초의 티베트 불교 선원인 ‘감포 사원(Gampo Abbey)’의 주지로 일하고 있으며 세계 각지를 돌며 불교와 명상을 전파하고 있다.
국내에 번역된 책으로는 『모든 것이 산산이 무너질 때When Things Fall Apart』, 『지금 여기에서 달아나지 않는 연습The Places That Scare You』, 『잠시, 멈춤Taking the Leap』 등이 있다.
옮긴이
김미옥
경북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국어교사로 근무했으며,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마음이 몸을 치료한다』, 『지금 이 순간을 즐겨라』, 『조셉 머피 잠재의식의 힘』,『욕망의 코드』,『행복의 함정』 등이 있다.
차례
착한 늑대를 살찌워라
지금 이 순간에 머물러라
달아나는 습관
자연스러운 생명의 움직임
집착에서 벗어나라
필요한 것은 전부 가지고 있다
있는 그대로 즐겨라
타고난 열린 마음을 끄집어내라
고통의 중요성
무한한 호의
맺는 말 : 깨달음에 이른 사회로
저자가 추천한 더 읽어볼 만한 책들
우리는 누구나 저마다의 개인적인 경험이나 집단적인 경험에 있어서 어떤 불행이 도사리고 있을지를 알지 못합니다. 상황이 좋아질 수도 있고 나빠질 수도 있습니다. 거액의 유산을 받을 수도 있고, 우리 자신이나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이 불치병에 걸릴 수도 있습니다. 언제나 꿈에 그리던 그림 같은 집으로 이사를 갈 수도 있고, 우리가 살고 있는 집이 불에 타 없어질 수도 있습니다. 완벽한 건강을 경험할 수도 있고, 하룻밤 사이에 장애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또한 세계적으로도 상황이 개선될 수도 있고, 악화될 수도 있습니다. 자연 환경과 경제 상황이 안정될 수도 있고, 재난이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현재 상황이 어디로 흘러갈지, 다음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하지만 끊임없는 두려움을 안고 살아가는 우리에게 운명의 예언자는 필요치 않습니다. 우리의 상황은 결국 견뎌낼 만한 것이니까요. 나날의 삶에서 일어나는 사소한 불쾌함을 참고 지금 미끼에 걸려들지 않는 법을 배움으로써 우리 앞에 어떤 일이 일어나든 연민과 지혜를 가지고 대처할 수 있도록 스스로 대비를 할 것입니다.
<집착에서 벗어나라> 본문 (76쪽– 77쪽) 중
보통 뭔가에 완전히 사로잡혀있을 때 우리는 자신의 이야기에 너무 몰두해서 균형감 있는 관점을 잃게 됩니다. 집에서든 직장에서든 전쟁터에서든 우리가 처할 수 있는 고통스러운 상황은 우리를 곤경에 빠뜨려 보통 우리의 시각을 매우 편협하게 만들고 형편없이 조그맣게 만들기조차 합니다.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안으로 기어들어가는 습관이 있습니다. 잠시 하늘을 보십시오. 아니면 단 몇 초간이라도 움직이는 생명 에너지와 함께 머물러보십시오. 그러면 보다 거시적인 관점을 가지게 될 것입니다. 우주는 광대하고 우리는 우주 공간 안에서 아주 작은 점에 불과하며 끝도 시작도 없는 무한한 공간이 우리에게 주어져 있습니다! 그러고 나면 우리는 자신이 처한 곤경이 조만간 한 순간에 불과한 것이 되고 우리는 습관적인 반응을 강화하든지, 거기서 벗어나든지 선택권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이해하게 될 것입니다. 몹시 흥분해서 세상에 공격성을 더하고 대기 오염을 가중시키기보다는 무엇이든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언제나 더 중요합니다.
<타고난 열린 마음을 끄집어 내라>( 본문 114 - 115쪽) 중
거리에서 지나치는 사람들에게 인간성을 부여하는 것이 일상의 수행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 수행을 할 때 모르는 사람들이 나에게 매우 현실감 있는 인물이 됩니다. 그들도 나와 똑같이 기쁨과 슬픔을 느끼는 살아있는 존재로 다가옵니다. 나처럼 부모와 이웃, 친구와 적이 있는 사람들로 다가옵니다. 나는 또한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이런 평범한 사람들에 대해 난데없이 생기는 공포와 판단, 편견에 대해 활짝 깨어나는 경험을 하기 시작합니다. 나는 이 모든 사람들이 나와 똑같은 사람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리게 되었고, 이런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동떨어진 느낌을 가지게 되는 원인이 무엇인지를 통찰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런 수행을 통해 우리는 자신의 강인함과 동시에 혼란스러움을 알아차리고, 타고난 따뜻함을 끄집어내어 우리를 둘러싼 세계에 더욱 촘촘히 연결될 수 있게 됩니다.
<고통의 중요성>( 본문 128 - 129쪽)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