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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TV 뉴스 보기가 무섭다.”고 말하는 사람이 많다. “홧김에” 저지른 폭행·살인·방화 사건이 하루가 멀다 하고 보도되기 때문이다. 지난 9월 30일 발생한 ‘광주 세 모녀 피살사건’ 역시 애인의 행동에 분노한 남성이 “홧김에” 저지른 일로 밝혀졌다.
경찰청과 형사정책연구원이 2011년 공동으로 분석한 범죄 통계에 따르면 ‘살인과 폭력 등 강력 범죄 상당수가 우발적으로 벌어진다.’고 한다. 이러한 우발적 범행은 순간 욱하는 감정, 즉 분노를 조절하지 못해서 발생한다.
분노 조절 장애는 비단 범죄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현대인 다수가 분노 조절에 어려움을 겪는다. 사소한 일에도 불같이 화를 내며 스스로와 타인에게 상처를 가한다. 분노가 휩쓸고 간 자리에는 자책과 후회가 남는다. 때로는 되돌리기 힘든 물리적 상처나 어마어마한 손해가 뒤따른다. 습관적 분노로 인간관계나 일을 망친 후에는 결심한다. “다시는 욱하지 말아야지.” “아무리 화가 나도 막말은 내뱉지 말아야지.” 하지만 작심삼일에 그치기 일쑤다. 미치광이처럼 날뛰며 나와 다른 사람의 인생까지 망치는 분노. 대체 어떻게 다스려야 할까.
이 책은 붓다의 가르침과 명상법을 바탕으로 분노의 실체를 들여다보고 현명하게 대응하는 방법을 전한다. 미국에서 30년 넘게 불교와 명상 수행법을 전파해온 샤론 샐즈버그와 서양인 최초로 14대 달라이 라마에게 비구계를 받은 불교학 교수 로버트 서먼이 함께 저술했다. 저자들은 고대 티베트불교의 가르침을 토대로 우리를 괴롭히는 적을 네 가지로 분류한다. 바로 외부의 적, 내부의 적, 은밀한 적, 가장 은밀한 적이다. 외부의 적은 우리를 괴롭히고 절망케 하는 개인과 일들이다. 내부의 적은 편집증적 욕망·분노·질투·자만 들이다. 은밀한 적은 우리 마음 더 깊은 곳에 숨은 ‘자기 집착’을 말한다. 마지막으로 가장 은밀한 적은 뿌리 깊은 ‘자기혐오’다.
분노를 보는 새로운 프레임, 무상(無常)과 연기(緣起)
지금까지 분노와 증오, 자기 집착, 자기혐오 같은 부정적 감정을 바라보는 프레임은 심리학이나 뇌 과학에 기초한 것이 많았다. 이 책은 다르다. 붓다의 가르침인 무상(無常)과 연기(緣起)의 진리, 다양한 영적 전통 그리고 현대 심리학을 통해 부정적 감정의 본질을 파헤친다. ‘이것 역시 지나가리라’ 하는 격언에 담긴 무상의 진리를 이해하면 분노의 함정에 쉽게 빠져들지 않는다. 또 고정불변하는 자아가 없다는 사실을 깨달으면 자기 집착에서 벗어날 수 있다. 타인에 대한 이해심도 커진다. 연기의 지혜는 ‘세상만사가 다양한 원인으로 조건이 무르익을 때 저절로 일어나 결과를 낳는다’는 사실을 뜻한다. 이 같은 진리를 이해하면 세상 일이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해서 쉽게 좌절하거나 분노하지 않는다. 우리를 괴롭히는 적들을 바르게 인식하는 동시에 마음챙김 수행과 자애명상, 주고받기 명상 들을 생활화하면 분노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
습관적 분노와 자기 집착, 자기혐오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방법
이 책은 모두 4개의 장으로 구성돼 있다.
「1장. 첫 번째 승리: 외부의 적」에서는 우리를 해치려는 사람이나 사건, 상황에 슬기롭게 대응하는 방법을 소개한다. 저자들은 ‘적의 공격은 미리 막거나 피하는 것이 최선’이며, ‘피하지 못한 경우라도 분노로 맞서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강조한다. 분노는 적의 털끝도 다치게 하지 못하는 반면 우리의 상처를 더욱 쓰라리게 하기 때문이다.
「2장. 두 번째 승리: 내부의 적」은 우리 마음속 괴물들, 이를테면 편집증적 욕망∙분노∙질투∙자만∙망상 들에 현명하게 대처하는 법을 다룬다. 저자들이 꼽은 가장 치명적인 적은 바로 분노다. 습관적 분노는 인간관계와 일 나아가 삶을 망치기 때문이다. 저자들은 ‘마음챙김’ 수행을 통해 분노를 효과적으로 다스릴 수 있다고 전한다. 마음챙김이란 매 순간 나를 둘러싼 상황과 나의 마음 상태를 있는 그대로 알아차리는 것이다. 짜증이나 억울함, 불쾌한 감정을 알아차리면 그것이 쌓여 분노로 폭발하기 전에 자신이 맞닥뜨린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할 수 있다. 내 힘으로 문제를 풀 수 없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들은 문제를 바라보는 관점을 바꾸라고 말한다. 불교적 관점에서 보면 세상사는 본래 우리 뜻대로 통제할 수 없는 것이다. 세상 모든 일은 다양한 원인으로 조건이 무르익을 때 일어나며, 끊임없이 변화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불교의 세계관, 즉 무상(無常)과 연기(緣起)의 진리를 이해하면 문제적 상황이나 타인을 다른 눈으로 바라볼 수 있다.
「3장. 세 번째 승리: 은밀한 적」은 현대인 다수가 빠진 ‘자기 집착’을 중점적으로 다룬다. 저자들은 비틀스 멤버인 조지 해리슨의 노래 제목처럼 ‘나는, 나를, 내 것(I, Me, Mine)’에 대한 집착과 몰두가 이성적 판단을 가로막는다고 지적한다. 그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의 갈등을 야기해 괴로움을 낳는다고 설명한다. 저자들이 소개한 자기 몰두 대처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이타적인 마음과 행동이다. 불교에서는 남을 이롭게 하는 것이 결국 자신을 이롭게 한다고 이야기한다. 이는 ‘사소한 의사결정을 비롯해 우리의 모든 행위가 반드시 어떤 결과를 낳는다.’는 인과(因果)의 진리를 바탕으로 한다. 다른 하나는 ‘몰입’이다. 경기에 완전히 몰입한 축구선수에게는 ‘자기 몰두’라는 적이 들어설 틈이 없다.
끝으로「4장. 마지막 승리: 가장 은밀한 적」에서는 우리를 슬픔과 절망에 빠뜨리는 자기혐오와 자기 비하에 대응하는 법을 전한다. 많은 사람이 ‘나는 아직 부족하며, 결함이 많다.’는 생각에 시달린다. 현재 자신의 모습에 만족하지 못하니 행복은 아득히 멀다. 저자들은 ‘자기 연민’ 명상을 통해 자기혐오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한다. 자기 연민은 ‘우리 모두 불완전한 존재’임을 인정하고 자기 자신에 대한 비난과 판단을 멈추는 것이다.
각 장 사이에는 문제∙용서∙시간∙죽음∙평화주의에 대한 짧은 글이 실려 있다. 각 주제를 불교적 관점에서 바라본 이 글들은 세상을 다른 눈으로, 즉 바르게 보는 데 도움이 된다.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명상법 수록
부록으로 실린「일상에서 하는 명상」에는 기초 명상을 비롯해 자애명상·주고받기 명상 등 총 여덟 가지 명상법이 소개돼 있다. 이 명상법들은 앞서 언급한 네 가지 적을 분노가 아닌 연민과 이해로 대함으로써 참된 행복에 이르는 데 도움이 된다. 외부의 적 때문에 고달플 때는 ‘그 적의 눈으로 나를 바라보는 명상’을 해본다. 마음속이 분노와 질투로 가득하다면 나와 타인의 행복을 기원하는 ‘자애명상’이 도움이 된다. 자기 집착에서 벗어나기 힘들다면 나의 모든 행복과 빛을 적에게 주는 ‘주고받기 명상’을, 자기혐오로 자신감이 떨어졌다면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자기와 타인 맞바꾸기 명상’을 해본다. |
글 / 샤론 샐즈버그(Sharon Salzberg)
미국 매사추세츠 주 바(Barre)에 ‘위빠사나 명상 협회(Insight Meditation Society)’와 명상 수행처 ‘포리스트 선원(Forest Refuge)’, 불교학을 연구하는 ‘바 센터(Barre Center)’를 공동 설립했으며, 30년 이상 사람들에게 명상을 가르쳤다. 마음챙김 명상과 메타(metta·자애) 명상을 기반으로 나와 남을 위해 사랑과 연민을 키우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저서로 『자애(Lovingkindness)』, 『행복해지려면 자신부터 믿어라(Faith)』, 『친절의 힘(The Force of Kindness)』, 『진정한 행복(Real Happiness)』이 있다. 블로그 뉴스 <허핑턴 포스트(The Huffington Post)> 필자이자 <오프라 매거진(O, the Oprah Magazine)> 객원 편집자이며 <타임(Time)>, <리얼 심플(Real Simple)>, 불교 잡지 <트라이시클(Tricycle: The Buddhist Review)>, <샴발라 선(Shambhala Sun)> 등 여러 잡지에 글을 싣고 있다.
로버트 서먼(Robert Thurman)
콜롬비아 대학교 인도-티베트 불교학 교수로 미국 최초의 불교학 석좌 교수로 임명되었다. 저서로는 베스트셀러 『내면의 혁명(Inner Revolution)』을 비롯해 『화(Anger)』, 『무한한 생(Infinite Life)』 등이 있다. 티베트 경전도 번역한다. 14대 달라이 라마에게서 비구계를 받은 최초의 서양인으로 환속 후에도 티베트 불교의 법맥을 뜻하는 ‘텐진tenzin’을 별명으로 쓰고 있다. 48년 넘게 달라이 라마와 교류해온 그는 티베트 문화 보존에 헌신하는 ‘티베트 하우스 유에스(Tibet House US)’의 공동 설립자이자 원장이다. 달라이 라마의 요청에 따라 텐규르(Tengyur·티베트 불경 중 붓다의 법문에 주석을 붙인 논서) 번역 프로젝트의 책임을 맡았다. 인도 나란다 불교 대학 도서관에 보관된 티베트어로 쓰인 불교예술과 불교 과학 문헌의 번역 작업을 감독 중이다.
이 책을 이용하는 법
서 문
세상을 보는 다른 눈①
우리도 문제의 일부다
1장. 첫 번째 승리 : 외부의 적
집단 따돌림
치명적인 경쟁
내가 만드는 적
세상을 보는 다른 눈②
용서의 힘
2장 두 번째 승리: 내부의 적
분노
인내
본디 빛나는 마음
괴로움
하늘같이 크고 넓은 마음
역경을 통한 치유
바른 말
칭찬과 비난
통제에 대한 근거 없는 믿음
세상을 보는 다른 눈③
시간과 친해지기
3장. 세 번째 승리: 은밀한 적
자기몰두와 자기사랑
공감
우리 안의 선善
나에게서 우리에게로
분리의 횡포
세상을 보는 다른 눈④
죽음, 자유와 깨달음의 방편
4장. 마지막 승리: 가장 은밀한 적
자기혐오
자부심과 자기연민
자기혐오는 이제 그만
이제 적은 없다
세상을 보는 다른 눈⑤
차가운 혁명
부록
명상 가이드: 일상에서 하는 명상
기초 명상
외부의 적과 협력하기
내부의 적과 협력하기
자애 / 연민 / 공감적 기쁨 / 평정
은밀한 적과 협력하기
가장 은밀한 적과 협력하기
달라이 라마는 티베트에서 함께 지낸 하인에 대해 이야기해 준다. 그는 존귀한 달라이 라마가 쓰는 오래된 자동차를 고치려고 애쓰고 있었다. 차를 고치는 동안 그의 손등은 자꾸 긁혀서 피부가 벗겨지곤 했다. 결국 화가 폭발한 그는 손등을 긁힐 때마다 제 머리로 자동차를 들이받았다. 하인을 진정시키기 위해 달라이 라마는 그의 행동에 담긴 유머를 일깨워 주었다. “그래 봐야 그 자동차는 전혀 아프지 않을 걸세.”
분노는 종종 적보다 더 많이 우리를 아프게 한다. 적이 우리를 다치게 한다면 그 상처만으로도 아주 고통스럽다. 우리는 그 상처에 대한 지나친 걱정과 두려움에 사로잡혀서 스스로를 해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자신의 모든 능력을 최대한 발휘해서 적과 맞설 수 있어야 한다.
「1장. 첫 번째 승리: 외부의 적」본문 44쪽 ~ 45쪽
우리는 마음챙김을 통해 매 순간을 알아차림으로써 분노가 어떻게 생겨나는지를 관찰할 수 있으며, 분노가 경고도 없이 그냥 폭발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금방 알아낼 수 있다. 명치끝이 뻐근하고 목구멍이 꽉 막히며 때로는 속이 울렁거리고 열기가 확 뻗치는 등, 몹시 불편한 느낌이 들기 시작하는 구간이 있다. 우리는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극심한 불편을 경험하는데, 분노가 실제로 생겨나기에 앞서 일종의 정신적 불편감 또는 좌절감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 느낌은 원치 않는 어떤 것이 일어나고 있다거나 하고자 하는 어떤 것이 방해받고 있다는 알아차림과 함께 생겨난다. 그 못마땅한 상황에 점차 짜증이 일어나지만 이 시점에서는 아직 이성을 유지한다.
이때 해결책은 마음이나 말 또는 몸으로 최대한 빨리 개입해서 그 내적 불편감을 풀어내거나 외적 상황에 적극 맞서는 것이다. 지금은 강력하고도 격렬하게 행동에 나설 때이다. 그 불편한 느낌을 억지로 자제할 때가 아니다. 좌절이 분노로 폭발하기 전까지 우리의 의식은 대체로 명료하다. 분노를 자극한 전후 사정에 대한 우리의 판단은 아직 이성적이며, 따라서 효과적으로 행동할 기회가 있다.
「2장. 두 번째 승리: 내부의 적」본문 83쪽 ~ 84쪽
티베트의 불교 성인 밀라레빠는 어떤 것을 선택하거나 결정하기 전에 매번 자문했다. “오늘이 내 생의 마지막 날이라면 나는 무엇을 하겠는가?” 이것은 놀랍고도 중요한 질문으로 우리의 생이 도달한 지점에 정확하게 빛을 비추며 모든 가식을 걷어 낸다. 한번 해 보라. 인도에서 지낼 때 실험 삼아 밀라레빠의 수행을 따라해 보았다. 그 질문을 한 달여 동안 자주 자문하기로 결심했다. 그 질문이 가져온 변화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그 진실한 시각을 토대로 결정을 내릴 때 우리는 무슨 일이 닥치든지 전혀 겁내지 않고 그것에 맞설 수 있었다. 극심한 정서적, 육체적 고통도 끈질기게 이겨낼 수 있는 힘을 얻었다. 자신의 경험을 깊이 꿰뚫어 봄으로써 우리는 더 이상은 미루지도 회피하지도 체념하지도 않는다. 우선순위를 정하는 게 더욱 쉬워진다.
「세상을 보는 다른 눈④: 죽음, 자유와 깨달음의 방편」본문 217쪽
우리는 자신의 말과 생각과 행동이 빚어내는 무한한 결과들 속에서 살아간다. 이것을 알아차리면 행복을 찾을 가능성이 엄청나게 커진다. 자기 자신과 다른 사람들을 다정하게 돌보려는 마음이 더할 수 없이 강렬해지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생이 끝없이 계속된다는 관점은 살아 있는 모든 존재가 우리와 똑같다는 결론도 내포한다. 그 존재들 모두 우리와 똑같이 시작도 없이 살아왔고 살아가고 있으며, 우리와 똑같이 끝도 없이 살아갈 것이다. 우리는 그들과 관계를 맺을 기회가 수없이 많았고 그들도 우리와 수없이 관계를 맺었다. 그리고 지금도 그들과 수없이 관계를 맺고 있으며 앞으로도 그렇게 관계를 맺을 것이다.
「4장. 마지막 승리: 가장 은밀한 적」본문 245쪽
자애명상을 할 때는 자신의 자애심을 표현하는 특정 구절을 속으로 반복함으로써 주의를 모은다. 행복과 평안을 염원하는 그 마음을 맨 먼저 자신에게 흘려보내고 이어서 차차 주의의 폭을 넓혀서 모든 곳의 모든 존재에게 보낸다. 자애명상을 하기 위해 굳이 정좌할 필요는 없다. 자애명상은 어디서나 할 수 있는 수행이다. 길을 걸을 때, 버스에 앉아 있을 때, 병원에서 진료를 기다릴 때 등 장소에 상관없이 수행이 가능하다.
정좌 명상을 수행 중인 사람은 편안하게 앉아서 시작하라. 눈을 감거나 원한다면 떠도 괜찮다. 나와 다른 사람들의 행복을 위해 반복하고 싶은 구절이 있는가? 서너 개의 구절을 생각해 보라. 아니면 일반적인 자애 구절을 외워도 좋다.
내가 행복하기를.
내가 건강하기를.
내가 안전하기를.
내가 편안하게 살기를.
「부록. 일상에서 하는 명상 중 ‘자애명상’」부록 275~27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