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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과(因果)가 있다고 믿는가?
아마 불교를 믿는다고 말하는 사람의 9할은 이 말에 고개를 끄덕일 것이다.
신이 아니라 자기가 저지른 일의 결과를 스스로 돌려받는다는 ‘자작자수(自作自受)’나 이 세상이 이렇게 펼쳐지는 것에 대한 공동의 책임에 대해 말하는 공업중생(共業衆生)이라는 논리는 어쩌면 불교(신자)와 다른 종교(신자)를 구분 짓는 커다란 선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전생이나 극락은? 과연 있다고 믿는가? … 대답하기 쉽지 않은 질문이다.
<미타행자의 편지>는 십수 년 전국을 떠돌며 오직 기도 정진으로 살아온 스님이 이제 정착한 제주도의 조그만 토굴에서 보내는 인과와 수행에 대한 ‘편지’ 형식의 글이다. 짧게는 한 장 길게는 서너 장이 넘는 이 ‘편지’에는 방금 받았던 ‘인과’, ‘업’, ‘극락’에 대한 궁금증을 한 꺼풀 벗겨낼 수 있는 열쇠가 담겨 있다.
스님의 글에는 명제나 논증이 등장하지 않는다. 더욱이 어려운 불교 교리를 내세우지도 않는다. 인연과 업력으로 살아왔던 역사 속의 인물 혹은 수없이 많은 절집을 들고나며 들었던 옛 어른들의 말씀, 혹은 본인이 체험했던 이야기들이 편지의 ‘소재’가 된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는 어떤 논리보다 설득력이 강하다. 기도와 체험의 힘이다. 아마 책을 덮을 때쯤이면 누구나 인과 그리고 업이나 전생, 극락에 대해 다시 생각하는 시간을 갖게 될 것이다.
인과는 있다
스님의 이력은 어찌 보면 너무 단순해 독특하다. 염불선으로 근현대에 이름을 드높인 청화 큰스님(1924~2003) 밑에서 출가해 ‘본연’이라는 법명을 받았다. 늦깎이 출가였다. 그 후 송광사 강원을 졸업한 후에는 한 곳에 머물러 산 적이 없다. 한 철은 이 절에서 기도를 했고 한 철은 저 절에서 기도를 했다. 인연이 다하면 미련 없이 떠나는 운수납자(雲水衲子)의 모습 그대로다. 때론 소문난 기도처였고 때론 대중은 없고 삭막한 북풍만이 감도는 도량이었다. 청화 큰스님이 머물렀던 제주도의 자성원 주지 소임을 잠시 맡은 걸 제외하면 사판(행정승)의 길을 걸은 적이 없다. 십수 년을 오직 그렇게 ‘기도’로만 보냈다.
스님의 수행법은 나무아미타불 염불 수행이다. 그 중에서도 ‘아미타불이나 극락정토가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오직 자기 마음 한가운데 있다’는 자성미타(自性彌陀) 수행이다.
하지만 스님은 한 가지 수행법만을 고집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게 ‘한국불교의 병’이라고 진단한다. 지금도 꽤 많은 시간을 일체중생이 고통이 없고 행복하기를 바라는 자비 수행을 하며 보내기도 하고, 진언이나 다라니, 참선 수행은 물론 위빠사나 같은 남방의 수행도 마다하지 않는다.
내 마음속 정토
이 책은 크게 네 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첫째 장인 「원인과 조건으로 이루어진 사바세계」에는 천수다라니 수행으로 유명한 근대의 큰 스승 수월 스님 이야기를 비롯해 다라니 수행으로 묘 위에서 삼매에 들었던 선암사 스님의 이야기 등 수행으로 극락세계를 만났던 출·재가자들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둘째 장인 「어제의 고통이 오늘의 행복입니다」에는 인연이나 업을 안고 살아가지만 때론 스스로 그 운명을 거부하고 운명을 바꿔나간 수행자 혹은 일반인들의 이야기가 실려 있다.
셋째 장인 「수행은 자비심입니다」에는 염불 수행과 함께 스님이 특별히 강조하는 ‘자비관 수행’에 대한 이야기가 실려 있다. 지혜만을 추구하다 오히려 자비심을 도외시해 온 한국불교의 병통에 대한 지적도 함께 실려 있다. 넷째 장인 「나무아미타불은 천상의 소리입니다」에는 아미타불 염불 수행을 비롯해 진언, 다라니 수행 등 각종 수행법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함께 그 실천과 증명에 대해 다루고 있다.
이 네 개의 장 그리고 106장의 편지에 흐르고 있는 교훈은 크게 “미혹하면 범부이고 깨달으면 부처”라는 단순한 말로 정리할 수 있다.
어떤 곳, 어떤 상황이든 오직 자신에게 맞는 한 가지 수행법을 정하고 일념으로 정진한다면 자신은 물론 세상이 맑고 향기로울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한 사람을 위해 기도 하면 한 사람이 감응하고
일체중생을 위해 기도하면 일체 중생이 감응한다
스님은 염불 수행과 함께 특히 자비심을 강조한다.
스님은 이렇게 얘기한다.
“한 사람을 위해서 기도하면 한 사람이 감응합니다.
열 사람을 위해서 기도하면 열 사람이 감응합니다.
천 사람을 위해서 기도하면 천 사람이 감응합니다.
일체중생을 위해서 기도하면 일체중생이 감응합니다.”
특히 스님이 들려주는 옛 이야기는 감동적이다.
“옛날에 산중에서 공부하던 어느 스님이 그 공부를 다 했다고 생각하고는 중생제도를 하기 위해 산에서 내려왔지만, 도중에 들짐승들이 자신을 피하는 것을 보고는 아직 멀었다 여기고 다시 산으로 올라갔다고 합니다.”
본문 167쪽 「자비심이 증장했는가」 중
그래서 스님은 얼마나 공부했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얼마나 자비심이 증장했는가가 중요하다고 누누이 강조한다.
지혜와 자비가 동시에 강조되는 수행, 이것이 스님이 우리에게 들려주는 ‘인과와 기도’이야기의 전제이자 결론이다.
본연本然 스님
본연(本然)은 전남 곡성 태안사에서 평생을 하루같이 용맹정진하다 열반하신 청화 큰스님(1923-2003)께서 스승과 제자간의 인연을 맺으면서 내려주신 법명이다.
순천 송광사 강원에서 4년간 공부한 후 선원과 기도처를 오가며 정진했으며 큰스님의 은혜를 갚는 마음으로 2003년부터는 제주도 성산 신풍리에 있는 자성원(自性苑) 주지를 자청해 4년간 차밭과 텃밭을 일구고 기도하며 지냈다.
자성원 주지 소임을 놓은 이후에는 다시 선방과 기도처를 찾아 수행하며 보냈으며 2012년부터는 제주도 항파두리 근처에 자그마한 수행도량 무주선원(無住禪苑)을 열어 염불과 자비관 수행을 하며 보내고 있다.
원인과 조건으로 이루어진 사바세계
한 번 성내는 마음이 모든 공덕을 태운다
묘 위에서 삼매에 든 원주 스님
죽 한 그릇 얻어먹고 쫓겨난 스님
복 없는 중
피하지 못한 인연
경계를 만나면
역경계
염불삼매
관상
수행에는 때와 장소가 없습니다
청정비구
진실한 수행
악연
전생 습관
노스님
옴마니반메흠
가재와 잉어는 만날 일이 없습니다
신장이 감복하도록 정진하라
어제의 고통이 오늘의 행복입니다
일체중생에게 회향하는 자비
평등심과 헌신
운명개조론
집착
원력
복혜쌍수
복력의 차이
시봉하기 위한 공부
‘족은’ 며느리
장애
행복
비증보살과 지증보살
고정 관념
염불 방법
금생을 사는 힘
검정 고무신
인연을 알면 시비를 내려놓을 수 있습니다
얼굴 가꾸기
중노릇
염불은 즐겁습니다
반조
백천만겁난조우
호법신장
우연은 없습니다
선근
마음 베풀기
원력수생
진돌이 이야기
연민심
정업
업장
복
복과 인연
수행은 자비심입니다
수행법의 간택
안목
계
단식
들숨과 날숨
좌선
20분 좌선
기도
집중과 관찰
오직 마음뿐
식계
말년 수행
중생
회광반조
자비심이 증장했는가
관세음보살
천수천안
모래 먹는 나한
자비심
삼생
자비관 수행
절 수행
헌신
기도
『금강경』 공부
탓하기 보다는 발원하십시오
성찰과 소멸
조화로운 마음
일체중생을 위한 기도
용서와 참회
한 생각
혼자 놀기
정진은 짧고 굵게
해오와 증오
관과 관찰
못난이
나무아미타불은 천상의 소리입니다
천상의 소리
거지 아이의 나무아미타불
극락세계
다라니 수행
대비주 수행
염불
일체중생을 위한 염불
염불선
일상삼매
칭념, 관상, 그리고 진여염불
염념상속
「보리방편문」 공부
설익은 염불
참샘에서 물이 솟아나듯이
경계에 속지 마라
서방정토와 자성미타
허공 같은 마음으로
염불과 염불선
공양주 보살님
▦ 책 속으로
천수다라니로 수행하신 수월(水月, 1855~1928) 스님의 전설적인 삶은 아직까지도 수행자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습니다. 스물네 시간 잠을 안 자는 신통과 한 번 들으면 잊어버리지 않는 신통을 얻으신 수월 스님의 자비심(慈悲心)은 짐승에게까지 미쳤다고 합니다.
수월 스님께서 상원사 선원에 계실 때 이야기입니다. 저녁 공양 시간이 다가오는데 객승 한 분이 마당으로 들어오시더랍니다. 그러자 수월 스님께서 공양주에게 “보살님, 내가 먹을 저녁 공양을 저 스님께 드리지요. 나는 저녁을 안 먹겠습니다.”고 하셨답니다.
하지만 그 옛날에도 좀 못된 공양주가 있었는지 그 공양주가 구시렁대자, 듣기가 좀 거북하셨던 스님이 “보살님!” 하고 말 한마디로 화를 한 번 내셨답니다. 그런데 그 후로 수월 스님께서 암기하는 것이 절반으로 줄었다고 말씀하시더랍니다.
-10~11쪽 「한번 성내는 마음이 모든 공덕을 태운다」 중
사바세계의 대세도 운명론입니다. 소위 역학(易學)이라는 것은 운명론(運命論)을 바탕에 둔 이론입니다. 운명은 이미 정해졌고 태어난 시(時)라든가 얼굴 생김새라든가 손에 난 금을 보고 인생의 길흉(吉凶)의 시간표를 추정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가 공부하는 부처님의 가르침은 운명개조론(運命改造論)입니다. 수행을 통해 업을 녹이고 운명을 개조하고 더 나아가 성불한다는, 누구나 성불할 수 있는 절대긍정의 세계를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수행해서 성취하는 데에는 경험으로 볼 때 종자(운명론), 즉 선근이 가장 중요한 것이며 그 다음이 정진입니다. 수행도 이미 선근에서 결정된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옛글에서도 알고 태어난 사람, 배워서 아는 사람, 배워도 모르는 사람 등으로 분류했습니다. 사바세계에서 소위 명인이나 달인 소리를 듣는 사람들은 노력도 했지만 이미 알고 태어난 사람들입니다.
-64~65쪽 「운명개조론」 중
예전 스님들은 공부가 안 되면 ‘복이 부족하다.’ 해서 복 짓는다고 공양주도 자청했고 큰방에서 진지(발우공양 때 일어나서 밥과 국을 돌리는 일)도 자청했다고 합니다. 어디 예전 스님뿐이겠습니까? 하회마을을 처음 세우신 분은 안동 풍산에서 주막을 짓고 오가는 사람들
에게 밥과 짚신을 칠 년간이나 보시했다고 합니다. 그러고는 강을 건너와 나무를 베고 집을 짓고 살면서 마을을 이루었다고 합니다.
졸부는 금방 망하지만 선대부터 복을 지어온 부자는 쉽게 망하지 않습니다. 옛 어른 스님들의 말씀으로는 기도가 가장 복을 많이 짓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출가자에게는 기도가 기본이었는데 요즘은 안이나 밖이나 복 짓는 일 없이 열매만 기다리는 것이 현실입니다.
일체중생을 대신하는 기도, 그 속에는 다 들어 있습니다.
-136~137쪽 「복과 인연」 중
기도는 가장 완벽한 수행입니다. 기도 속에는 참회와 발원과 회향이 다 들어 있습니다. 가장 좋은 기도는 불편한 관계의 사람을 위해 기도하는 것입니다. 불편한 관계는 내가 갚아야 할 인연이며 불편한 관계가 해소되었을 때 비로소 업이 녹았다 말할 수 있습니다.
더 좋은 기도는 일체중생을 위한 기도입니다. 나의 자그마한 소망도 일체중생 속에 다 들어 있습니다. 일체중생을 위하여 발원하는 마음이 가장 좋은 마음이며, 그 마음이 나의 업을 녹이고 이웃의 업을 녹입니다. 내가 잘돼야 이웃이 잘되는 것이 아니라 이웃이 잘돼야 내가 잘되는 것입니다. 이웃과 일체중생을 위하여 기도하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고통의 사바세계를 극락세계로 장엄할 수 있습니다.
192쪽 「일체중생을 위한 기도」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