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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전 스님은 남해 염불암에 산다. 암자를 찾은 사람들이 가끔 스님에게 묻는다. “스님 적적하지 않으세요?” 스님은 이렇게 답한다. “가끔 적적하고 대개는 괜찮습니다.” 그러면 사람들이 다시 묻는다.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요?” 스님이 다시 웃으면서 답한다. “나는 나니까요.” 이 책 제목이기도 한 이 말은 성전 스님이 외우는 행복 주문이다.
“나는 나니까, 라는 말은 내가 내 삶의 주인이라는 말입니다. 그것은 곧 상황이나 평가에 우왕좌왕하지 않는다는 의미입니다. 모든 가치와 기준의 생산자로서 자신의 삶을 열어 가는 것이 바로 주인의 삶의 내용입니다. 그런 사람들은 혼자 있어도 즐겁고 외부의 평가에도 중심을 잃지 않습니다.”
_「괜찮아, 나는 나니까」중에서
불교계 대표 문장가 성전 스님이 4년 만에 선보이는 산문집 <괜찮아, 나는 나니까>에는 총 91편의 글이 실려 있다. 스님이 2013년부터 여러 신문에 기고한 칼럼들에 최근에 쓴 글을 더해 한 권으로 엮은 것이다. 절집의 아름다운 풍경과 아랫마을 할머니의 귀여운 하소연 같은 소소한 일상에서부터 실크로드로 떠난 구법(求法) 여행기까지. 스님은 실로 다양한 이야기를 통해 ‘지금 여기, 나에게서’ 희망을 찾는 법을 들려준다.
‘절친들’은 나의 힘
아는 사람은 다 아는데, 성전 스님은 한때 ‘라디오 스타’였다. 불교방송 라디오 프로 <행복한 미소> DJ 시절, ‘미소 스님’이라는 애칭까지 얻었다. 최근에는 BBS 라디오 <좋은 아침, 성전입니다>의 DJ로 활약 중이다. 방송 일로 가끔 도시에 머물지만 대개는 산사에서 지낸다. 산중에 살아도 적적하지 않은 이유는 앞서 밝힌 대로 “나는 나니까” 하는 마음가짐 덕분인데, ‘절친들’의 공(功)도 크다. 남해 푸른 바다와 호구산, 밤새 절 마당을 지키는 달빛, 사철 피고 지는 꽃과 나무가 모두 스님의 벗이다. 숲은 계절마다 ‘영원한 것은 없다’는 무상(無常)의 진리를 색(色)으로 보여 주는 존재요. 달빛은 겸손과 부드러운 말씨의 미덕을 말없이 비추는 벗이다.
“겨울나무는 여름날의 무성했던 녹음을 그리워하지 않습니다. 그냥 추위를 온몸으로 견디고 있을 뿐입니다. 모든 것을 놓아 버린 겨울나무에 봄이 오는 것을 보십시오. 얼마나 어여쁘게 옵니까. 그것은 모든 것을 놓아 버린 겨울나무가 회복해 낸 희망입니다. 놓을 땐 완전하게 놓으십시오. 그 순간 당신의 삶은 축복이 될 것입니다.”
_「겨울나무」중에서
염불암 아래 용소마을 농부와 어부 그리고 허리 굽은 할머니들 역시 소중한 벗이다. 성전 스님은 이들의 작은 몸짓을 가만히 주시하고 낮은 목소리에 귀를 기울인다. 그들의 모습에서 진실한 삶의 자세를 배운다.
지금 여기, 나에게서 희망을 찾는 법
스님 주변의 자연과 사람들을 치켜세웠지만, 사실 스님의 수행 도량은 경계가 없다. 산중의 절은 물론 병원과 공항, 미얀마의 어느 허름한 골목까지. 스님은 당신이 머무는 모든 시간과 장소를 마음 도량으로 삼는다.
이삿짐을 싸면서는 “물건 하나를 쌀 때마다 마음의 탐욕 숫자를 헤아리”고, 절 아랫마을 사람과 크게 다툰 어느 날은 ‘성 안 내는 그 얼굴이 참다운 공양구(供養具)요, 부드러운 말 한마디 미묘한 향(香)이로세’ 하는 문수보살의 게송을 되새긴다. 불편한 비행기 좌석 때문에 화가 치밀어 오른 순간에는 이내 눈을 감고 호흡에 집중하며 마음을 가라앉힌다.
크고 작은 일상에서 자신의 탐욕과 분노 그리고 어리석음을 마주할 때마다, 그 일로 좌절하거나 자기 자신에게 실망할 때마다 스님은 다시금 ‘마음의 힘’ 떠올린다.
“이 길 위에서 나는 생각합니다. 인생은 언제나 과정이고 우리들 고통의 원인은 사건이나 상황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지각하고 해석하는 우리들의 방식에 있다고. 마음을 바꿀 수 있다면 언제나 우리는 행복한 길을 걸을 수 있다는 믿음이 내게는 있습니다.”
_「절로 돌아가는 길」중에서
먹고 사는 일이 힘겨워 주저앉은 이들, 사람에게 상처받아 괴로운 사람들,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내고 절망에 빠진 이들에게 성전 스님이 건네고픈 희망은 다름 아닌 ‘마음’이다. 다른 누구의 마음이 아닌 바로 나 자신의 마음 말이다. 책에는 바로 지금 여기에서, 나의 마음을 온전히 알아차리고 보다 긍정적인 방향으로 바꿔 나가는 지혜가 담겨 있다.
“문제를 따라가지 말고 마음의 움직임을 살피는 일이 문제를 대하는 가장 바른 방법일 수 있습니다. 산을 다 가죽으로 덮기는 어렵지만 자신의 발을 가죽으로 감싸기는 쉬운 일입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 쉬운 일은 마다하고 온 산을 가죽으로 다 덮는 그 어려운 일을 하고자 오늘도 헐떡이고 있습니다.”
_「내 마음 하나」중에서
마음을 사르르 녹이는 불교계 대표 문사의‘글맛’
책을 읽다 보면 성전 스님을 따라다니는 수식어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절집에서 전해 내려오는 고승들 미담이나 신도들 사연을 맛깔나게 풀어내는 솜씨가 과연 월간 「해인」 편집장 출신의 ‘불교계 대표 문사’답다. 『행복하게 미소 짓는 법???? 『삼천 년의 생을 지나 당신과 내가 만났습니다???? 등 여러 전작에서와 마찬가지로 남들은 잘 보지 않거나 보고도 지나치는 것, 이를테면 낮고 작고 초라한 풍경과 사람도 어여쁘게 이야기하는 걸 보면 천생 ‘음유 시인’이구나 싶다.
희망, 행복, 마음, 지금 여기…. 익히 들어 다 아는 말 같지만 성전 스님의 책에서만큼은 새롭게 다가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는 게 아닐까. 스님 고유의 ‘글맛’, 진심으로 지어 따뜻하고 정겨운 ‘미소 스님’만의 필치 말이다.
성전 스님
법명보다 ‘미소 스님’이라는 애칭으로 더 자주 불린다. 라디오 DJ로 활약하던 시절에 얻은 애칭인데, 사실 그전부터 따뜻하고 정갈한 글로 많은 독자에게 미소를 전해 왔다. 월간「해인」편집장을 역임했으며, 지금은 불교계의 내로라하는 문사(文士)로 「불교신문」을 비롯해 여러 신문과 잡지에 글을 쓰고 있다. 현재 BBS 라디오 <좋은 아침, 성전입니다>의 DJ를 맡고 있다. 남해 염불암 주지이다. 펴낸 책으로는 <행복하게 미소 짓는 법> <지금 후회 없이 사랑하라> <관심> <삼천 년의 생을 지나 당신과 내가 만났습니다> <이 세상에 당신과 함께 있어 기쁩니다> <어떤 그리움으로 우린 다시 만났을까> <비움, 아름다운 채움> 등이 있다.
1장 괜찮아, 나는 나니까
2장 지금 후회 없이
3장 월요병을 퇴치하려면
4장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티베트에 사는 노구老軀의 스님이 겨울날 히말라야를 넘어 인도에 도착했습니다. 사람들은 놀라서 노스님에게 물었습니다. 어떻게 그 무서운 히말라야 산맥을 넘어왔느냐고. 스님은 덤덤하게 말했습니다. “그냥 한 걸음 한 걸음 걸어서 왔지요.” 놀라서 물어 본 사람들에게 히말라야는 수만 걸음에도 넘기 어려운 것이었지만 스님에게 히말라야는 한 걸음의 산일 뿐이었습니다. 그에게 한 걸음 한 걸음은 전부였으니까요. 그는 산을 넘겠다는 생각이 아니
라 한 걸음 한 걸음에 집중함으로써 히말라야를 넘을 수 있었던 것입니다.
_「‘지금 여기’를 산다는 것」 중에서
허리 굽어 혼자는 걷지도 못하시는 할머니들이 저 너른 밭에 콩을 심고 마늘을 캔다는 사실이 내게는 기적과도 같이 다가왔습니다. 꺼져 가는 생명이 저 너른 대지에 생명을 푸르게 가꾼다는 것은 얼마나 아름다운 역설입니까. 나는 이렇게 기적을 일구는 사람들을 만나며 살고 있습니다.
_「기적을 일구는 사람들」 중에서
이제 나는 이사에 대해 내 나름의 정의가 생겼습니다. 이사는 단순한 공간 이동이 아니라 마음의 이동이라는 것입니다. 마음을 옮겨서 내 안에 있는 ‘탐욕을 버리려는 나’를 만나는 일이라고 나는 이사를 정의하게 되었습니다. 이사를 할 때마다 갈등을 겪지만 그것 역시 좋은 수행의 계기인 셈입니다.
_「이사 가는 날」 중에서
세 번째는 아주 극단적이지만 이렇게도 생각합니다. 자기 생각 가지고 자기 멋대로 하는데 내가 무슨 상관이람. 우리는 상대의 생각까지도 지배하려는 못된 구석이 있습니다. 그래서 다투고 마음 아파합니다. 하지만 상대의 생각은 지배하는 것이 아니라 바라보고 이해해야 할 대상입니다.
_「날 서운하게 한 사람을 대하는 세 가지 방법」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