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서소개
- 저자
- 목차
- 편집자 리뷰
정진하는 수행자 선행 스님이
수행하는 삶에서 마주한 하루하루의 기록
공부하는 수행자, 정진하는 수행자 통도사 포교국장 선행 스님이 매주, 하루하루를 기록한 산문집을 펴냈다. 불교신문 연재작을 모아 엮은 이번 책 <맑은 가난>에서는 으레 생각하는 수행자의 진부한 삶이 아닌 생기롭고, 활력이 넘치는 삶을 이야기하고 있다.
‘수행은 곧 모든 것에 가난하다는 마음이 절실할수록 더욱 깊어지리라’ 수행의 맑음과 수행자의 가난한 마음이 곧 정진과 수행이라는 선행 스님의 이야기. 스님이 들려주는 수행기에는 대중과 불교대학 강의 등을 하며 부처님의 말씀과 발자취를 따라가는 이야기, 35년 넘게 수행에 매진해 온 이야기가 담겨 있으며 이는 수행하며 사는 삶의 맑음을 전하는 의미이리라.
깨달음을 위해서라면 작은 걸망에 의지한 채
뒤돌아보지 않고 떠났던 수행자의
35년을 반조하는 수행기 45편
출가한 지 8년쯤 되던 해에 법주사 강원에서 『서장』 강의를 했다. 전반적인 내용은 간절하고 절실한 마음으로 참선하라는 가르침이다. 매번 강의 준비를 하면서 가슴을 뜨끔하게 울릴 때가 잦다 보니, 어느 날 훌연 걸망을 지게 됐다.
_「반연」 중에서
그 길로 내리 2년간 걸망 하나에 의지하여 가행정진(하루 열네 시간 이상 정진), 용맹정진(철야정진), 6개월 묵언결사의 참선을 했다. 1993년 늦가을 납자 일곱 명이 지리산 반야봉 정상 부근 암자에서 보름 동안 용맹정진하는 중간에, 성철 스님께서 입적한 소식을 듣고 모두가 한결같은 마음으로 더욱 다잡고 정진했다.
_「재일」 중에서
강산이 세 번 하고도 훌쩍 지난 35년이란 시간, 수행할 만큼 했다고 생각되는 시간. 깨달음을 위해서라면 훌쩍 걸망을 지고 떠나는 스님이 있다. 영축총림 통도사 포교국장 소임을 보고 있는 선행 스님의 이야기다. <맑은 가난>을 통해 저자 선행 스님은 한때 걸망 하나에 의지해 그 무엇도 부러운 것 없이 뿌듯함으로 정진한 여운으로 이 글을 써 내려갔다고 밝혔다.
수행을 통해 매 순간 ‘나’를 마주하는 스님은 그간 순탄치 않았던 승려로서의 삶을 생각한다. 초라한 통장 잔액을 확인하고 허탈한 감정을 숨길 수 없던 때, 기거하던 곳의 수도관이 얼어 물을 길어서 생활하던 때 등 말이다. 하지만 단순히 수행 에피소드를 뛰어넘는 이 책에는 수행하며 많은 것을 덜어내고, 덜어낸 자리에 채운 수많은 깨달음이 담겨 있다.
공부하며 수행하는,
스스로 청빈을 택한 스님의 일상
책은 네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장은 발심, 2장은 기도, 3장은 정진에 관한 이야기이며, 4장은 수행에 관해 쓰인 글이다. 발심이 들어 기도하며, 정진하고 마침내 수행의 경지에 마주하게 되는 이 책은 승가의 세월을 뛰어넘는 울림이 존재한다.
1장은 주로 출가해서 산 이야기, 대중과 불교대학 강의를 하며 수행한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특히, 출가해서 늘상 함께했던 도반 스님에 관한 이야기는 출가의 어려움 속에서도 선행 스님이 수행을 이어나갈 수 있었던 힘임을 생각하게 한다.
2년간 발우 시봉 이후에도 『화엄경』 공부를 하는 내내 줄곧 살펴 주셨다. 그 보살핌으로 지금까지 정진하면서도 경전 공부의 끈을 놓지 않았던 것도 그러한 훈기의 덕택이라 여겨진다. ‘지금까지 무엇을 했나’ 돌아볼 때 아쉬움 속에서도 이렇게 지낼 수 있게 되어 새삼 그 은덕에 감사드린다.
_「출가」 중에서
2장은 기도와 발원에 관한 이야기다. 원력과 발원을 담은 기도는 기도하는 이뿐만 아니라 혼탁한 세상을 정화하는 힘도 지닌다. 스님들이 사찰에서 공양을 지으면서, 108배를 하면서, 안거를 지내면서 하는 기도가 모두 그러한 원을 담았으리라. 이 책을 읽는 독자에게도 위로가 될 만한 글이 담겨 있다.
지난 주말에는 불교대학 강의하는 반에서 1080배를 했다. 20년 넘게 이렇다 할 절을 한 일이 별로 없었기에 내심 불안한 생각도 있었다. 다행히 보름 전에 미리 예고했기에 새벽마다 108배를 한 덕이라 여겨진다. 당일엔 일찍이 강원에서 함께 공부하고, 지금은 종무소 소임을 함께 보고 있는 소임자로서 평소 기도와 절로 일관해 온 스님까지 흔쾌히 동참한 자리였다. (…) 축원을 마치고 돌아서서 마주한 순간 한결같이 환한 모습에 되레 이쪽에서 감동이었다. 흐뭇한 주말이었다.
_「절」 중에서
3장은 주로 정진하며 지난 이야기다. 안거 중에 일어난 일, 매주 연재를 하며 운력을 다한 일, 불교방송 등에서 대중강의를 하면서 느낀 스님의 수행정진에 대한 마음가짐을 엿볼 수 있다.
어느 때 그렇게 춥고 배고파하며 굶주린 듯 간절한 마음으로 정진에 임했는지 돌아본다. 1994년 봄이었다. 바로 앞 철 동안거는 지리산 반야봉에 근접한 암자에서 네 명이 하루 일종식과 함께 묵언정진한 후에, 전에 뜻을 모은 납자들과 창녕에 자리한 청련사에서 묵언과 오후 불식의 규칙을 정하고 다시금 결사를 하게 되었다.
_「기한」 중에서
4장은 스님이 겪어 온 수행의 삶을 총망라하듯이 출가와 공부, 강의 등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다. 특히나 그동안의 연재와 불교방송, 불교대학 등의 강의를 정리하며 본인의 수행과 불법 홍포에 대한 발원이 녹아 있으며, 수십 년을 수행해 온 스님이지만 여전히 마음을 다잡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바람이 있다. 문리文理・물리物理다. 지금까지 여러 차례 반복하여 경전을 대하면서 한문 경전이 시원스레 터득되기를 발원한다. 전에 열심히 공부하던 스님은 어둠 속에서 안광眼光 곧 눈에서 빛이 나와 경전을 독송했다고 하는데, 이 말을 다시 한 번 명심하게 되는 요즘이다.
_「터득」 중에서
35년간 마주한 수많은 수행의 순간, 일상의 수행을 말하는 선행 스님의 산문집 <맑은 가난>. 한때 뜬구름이라도 잡을 듯한 패기와 용기로 걸망 하나에 의지해 만행하던 시절을 지나 스스로 넘치지 않는 수행을 하며 살아간다는 스님의 기록이 담겨 있다.
선행 禪行 스님
충청남도 청양에서 태어나 1985년 진철 스님을 은사로 출가해 통도사 강원과 율원을 거쳐, 은해사 삼장 경학원을 1기로 졸업했다. 해인사, 송광사, 봉암사 등에서 10여년 참선을 했고, 해인사, 법주사 강원을 거쳐 백양사, 선운사 강주를 역임했다. 현재는 영축총림 통도사 포교국장 소임을 보고 있다.
시작하며
1장. 발심 發心
반조(反照) / 입적(入寂) / 방학(放學) / 반연(攀緣) / 도개걸윷모 / 강의(講義) / 작문(作文) / 출가(出家) / 도반(道伴)
2장. 기도 祈禱
기도(祈禱) / 절 / 매화(梅花) / 재일(齋日) / 초파일 / 윤달 / 병고(病苦) / 호압석(虎壓石) / 증곡(曾谷)
3장. 정진 精進
통알(通謁) / 해제(解制) / 용상방(龍象榜) / 수필(手筆) / 소임(所任) / 기한(飢寒) / 근기(根機) / 간경(看經) / 안거(安居) / 개산(開山) / 수심(愁心) / 유어(柔語) / 반야심경(般若心經) / 좌탈입망(坐脫立亡)
4장. 수행
총림(叢林) / 지족(知足) / 공양(供養) / 실상(實相) / 목신이거(木神移居) / 시봉(侍奉) / 여가(餘暇) / 입각(入角) / 외호(外護) / 영험(靈驗) / 터득(攄得) / 포행(布行)
끝마치며
회향(廻向)
반조(反照)는 회광반조(回光返照)라 이른다. 곧 절박한 심정으로 몰입하여 자신의 마음을 돌이켜 비추어 본다는 의미다. 그간 무엇을 바라기보다는 과정을 충실하게 밟겠다는 신조로 지내 왔는데, 어느덧 이력과 경륜을 말하게 되었다. 그동안 절묘하리만큼 때에 맞춰 정진하게 된 인연을 만나게 되어, 청복(淸福) 곧 ‘맑고 한가한 복’이었다 싶어 늘 감사한 마음이다.
-13쪽
외부의 환경, 곧 대상에 따라 마음이 변하는 것을 반연(攀緣)이라 한다. 마치 소나무에 등나무가 의지해서 감싸고 있는 모습과 원숭이가 나무에 매달린 형상이겠다. 서로 공생하면서도 무리
하게 감싸면 둘 다 제자리를 지키지 못하거나 아차하면 나무에서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수행자가 여러 정황이나 정진력에 걸맞게 신도를 제접해야지, 의지하고 의탁함이 지나치면 번뇌 망상으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겠다.
-21쪽
맨 앞에서 절을 하는 만큼 여법해야 한다는 생각이었는데 처음 108배는 느리다 싶더니 이후에는 속담에 ‘꽁지에 불붙은 수탉처럼’ 내리 절을 하셔서 젊은 내가 따라 하지 못해서야 되겠나 싶어 똑같이 보조를 맞췄다. 밤 9시부터 시작하여 108배할 때마다 옮겨 놓은 염주 30알이 한쪽으로 모두 채워졌다. 중간에 한 번도 쉬지 않고 마친 시간이 새벽 2시가 채 되지 않았다. 평소 웬만해서는 땀이 적은 편인데 그날은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 몸은 너무나 가볍고 개운한 느낌에 구름 위로 날아오를 것만 같았다. 회향 후 한동안 많은 분으로부터 위로와 함께 여러 통의 편지까지 받았다.
-53쪽
1990년 한여름, 출가해서 5년이 되던 해. 강원을 졸업하고 별도로 『화엄경』을 공부한 지 1년이 지났음에도 경전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고 마음의 갈등과 회의감이 불현듯 밀려들 무렵, 뜻하지 않게 한여름 몸살감기로 꼬박 일주일을 몸져누웠다. 문제는 막상 몸이 말짱해졌음에도 마음의 갈피를 잡지 못해 공허함과 함께 회의감에 빠진 일이었다. 난감할 즈음 각성 강백 스님께서 감산 스님의 저술 『중용직지』를 교재로 범어사에서 특강을 개설하였다. 첫 강의 한 시간을 듣고는, 그동안 4년의 경전 공부가 하얘진 듯 짜릿한 충격을 받았다. 일찍이 참선했더라면 ‘한 방망이’ 맞았다는 표현이리라.
-76쪽
4년 전. 백장암 선원에서 납자들을 외호하던 중간에 걸망을 지고, 도량을 벗어나는 순간 참으로 암담한 심정으로 갈피를 잡지 못했다. 문득 이참에 기도해야겠다는 마음을 정하고 남해 보리암을 찾았다. 소임자 스님들의 배려로 한 달가량 무사히 지나고 섣달 그믐날. 상주하는 대중과 큰 방에서 윷을 놀았다. 자리를 파하고 주위의 시선과 관심이 쏠리는 느낌에 왠지 주객이 전도된 듯한 묘한 감정이 들어 간밤을 뒤척였다. 다음 날 대중들과 부딪히지 않는 시간을 틈타 첫 새벽에 걸망을 챙겨 말없이 떠나왔다. 그것이 걸망의 관행이다. 새벽 공기에 새로운 발심의 의미가 있기에.
-97쪽
당부대로 4년여 지내는 동안 한 번도 거르지 않고 기도했다. 이렇다 할 바람막이도 없는 난달이어서, 한겨울엔 통로에 지나는 바람이 거셌지만 별 장애가 되지 않았다. 아마도 그 공덕이었던지, 강원에는 별 탈 없이 세 반 모두 『화엄경』 본문을 끝까지 공부했는데, 그중에 한 반은 12월 한겨울에 화엄경을 종강하던 날, 방에 방치되어 시들했던 난에서 일곱 송이 꽃이 피었다. 그러려니 했는데 그 모습을 본 학인 스님은 “저희들 여섯 명과 강주 스님까지 일곱 명을 상징하는 것 같습니다” 순간 감동이 밀려왔다.
-183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