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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신의 삶에도
작은 정원이 피어납니다.”
책 속에서 만나는 정원, 꽃의 법문,
그리고 수행자의 정원에서 보내는 위로와 응원
불교계 대표 문사(文士) 현진 스님의 산문집 『정원예찬』은 한 편 한 편이 정성스레 가꾸는 작은 정원과도 같다. 그의 책을 읽다 보면 하루는 가지치기와 풀 뽑기를 하고, 하루는 나무를 옮겨 심고, 하루는 새집을 만들어 달고, 또 하루는 빗소리를 친구 삼아 밭둑길을 산책하게 된다.
『정원예찬』은 현진 스님이 13년간 마야사 정원을 가꾸며 느낀 사유와 깨달음을 명료하고 따뜻한 문장으로 전하고 있다. 산중에서 정원을 가꾸는 일은 단순히 흙을 만지고 꽃나무를 키우는 차원을 넘어, 담박하게 하루하루를 보내는 수도자의 수행이자 세상과 만나는 조용한 대화다. 스님은 흙을 고르고 풀을 뽑고 꽃을 키우는 소박한 행위 속에서 ‘비움’과 ‘머묾’, ‘만족’과 ‘순리’의 의미를 전하며, 자연이 들려주는 무설법문을 통해 우리에게 지혜로운 깨달음을 건넨다. 그 깨달음은 자족과 위로와 응원의 메시지이다.
그의 문장은 설명하거나 설득하지 않는다. 다만 자연스러운 계절의 변화, 스쳐 가는 자연의 모습, 기다림과 수용의 마음을 통해 깨달음을 불러일으킨다. 정원을 가꾸며 느끼는 고요와 기쁨, 노동의 즐거움, 자연이 전하는 삶의 태도를 저자 특유의 간결한 문체와 명징한 비유, 유머러스한 표현으로 따스하게 전하고 있다.
13년째 산사의 뜰을 가꾸며 수행하고 있는 현진 스님은, 오천여 평의 부지에 꽃과 나무를 심어 농사지으며 산사 생활의 고요와 기쁨을 독자들에게 전하고 있다. 꽃과 바람이 전하는 깨달음이 가득한 스님의 정원에는 삶의 진리와 감사의 향기가 넘친다.
월간 「해인」 편집위원과 「불교신문」 논설위원으로 활동했으며, 펴낸 책으로 『수행자와 정원』, 『꽃을 사랑한다』, 『좋은 봄날에 울지 마라』, 『스님의 일기장』, 『산 아래 작은 암자에는 작은 스님이 산다』, 『삭발하는 날』, 『번뇌를 껴안아라』, 『언젠가는 지나간다』, 『삶은 어차피 불편한 것이다』, 『오늘이 전부다』, 『두 번째 출가』, 『산문, 치인리 십번지』, 『잼있는 스님 이야기』 등이 있다. 현재 충청북도 청주 마야사 주지를 맡고 있다.
흙을 만지며_ 자연에서 배우는 삶
정원은 ‘시간’의 유산이다
어찌 사는 삶이 향기로울까
피는 꽃도 지는 꽃도 모두 봄날의 풍경이듯
바람이 지나가길 기다리면
꽃은 화내지 않는다
모든 일이 순리대로 이루어져야
비가 와도 꽃은 피더라
나무는 시간의 역사
폭풍우 지나간 아침에
시간을 견뎌 낸 것에는 아름다움이 있다
다 때가 있다
비 오는 날이라 좋고 맑은 날이라 좋다
바람이 연주하는 소리를 들으라
계절이 그리는 풍경_ 자족하는 기쁨
소원이 적을수록 행복하다
풍류 정원
꽃 앞에서 삶을 위로받길
어찌 오래된 술만 사람을 취하게 하랴
순간순간 사랑하고 행복하세요
앉은 그 자리가 꽃자리다
호우 시절
풀 잡는 최고의 도구는 호미
죽기 살기로 꽃 피운 거유
앉으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
구월 국화는 구월에 피더라
달빛 공양
겨울은 기다림의 계절이다
내 평생 무슨 살림 있겠나
독락의 시간_ 정원 가꾸기의 즐거움
봄꽃에게 인사하시길
생각은 묵히고 익혀야 한다
우타파초雨打芭蕉
내 인생의 花일라이트!
나의 절을 받을 만하다
그냥 되는 것은 없다
꽃이나 대신 만나고 가소서
돈이 나와, 밥이 나와?
잔디 정원
여름날의 푸념
내 인생, 꽃길만 걷자
꽃씨 지도
가을이 더 정신없다
아는 사람만 살짝 다녀가는 곳
단풍은 잠깐이고 낙엽은 오래더라
적을수록 많은 것이다
뺄셈의 미학
정원 중독자
꽃과 나무와 바람에 기대어_ 사유의 조각들
불운하지도 불행하지도 않다
단순하게 살기
행복 수신 지역
오래된 것은 더 오래되게
힘들면 힘내지 마라
주인은 나무를 닮는다
감사의 분량이 행복의 분량이다
오늘의 낙엽은 어제의 그 낙엽이 아니다
꽃을 좋아하는 사람이 오히려 꽃을 죽인다
강이 잠든 계절에
청소의 기술
조금은 불편해야 행복하다
목표 없는 게 목표
꽃의 법문을 전한 『수행자와 정원』의 연작이자
‘정원을 통한 전법’ 활동
‘자연(自然)’은 ‘스스로[自] 그러하다[然]’는 뜻을 담고 있다. 그리고 ‘스스로 그러한’ 자연은 힘이 세다. 끝날 것 같지 않은 매서운 겨울일지라도 때가 되면 봄에게 길을 비켜 주고, 눈부신 날이었지만 다음 날은 비가 내리고 또 날이 갠다. 가끔 폭풍우가 불어 많은 것을 날려 버리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제 자리를 찾아간다. 꽃 떨어진 자리에 잎이 나고 열매를 맺는다. 어김없는 자연의 법칙이자 순환이다.
현진 스님이 마야사 정원을 가꾸어 온 지 13년째. 『정원예찬』은, 지난 10년간 정원을 가꾸면서 사계절 풍경 속 꽃의 법문을 기록한 『수행자와 정원』의 연작이다. 그리고 이제 13년이라는 긴 시간만큼 꽃과 나무와 바위가 제 자리를 잡은 정원은 한층 깊이를 더했고, 그만큼 스님의 사유(思惟)도 울창한 숲이 되었다.
“일전에 누가 나에게 왜 정원 일에 몰두하느냐고 물었을 때, ‘정원을 통한 전법’이라 말 한 적 있다. 이른바 정원 포교라 말하면 아직은 생소할 수 있는데 꽃과 나무를 가꾸며 자연에 기대어 휴식하고 치유하는 길을 일러 주는 역할이다.”
현진 스님은 줄곧 꽃과 나무가 중요한 전법 수단으로서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숲이 전하는 가르침에 경건할 때라고 말한다. 그런 의미에서 그의 정원은 자연의 법문을 전하며 치유의 장소로 활용하는 또 다른 사찰이 되는 셈이다.
깨달음 가득한 수행자의 정원에서 보내는 ‘위로와 응원’
그의 정원에는 꽃과 바람을 비롯하여 자연이 전하는 깨달음이 가득하다. 책은 반짝이는 사유의 조각들을 따라 4장으로 나뉜다. 1장 〈흙을 만지며〉는 ‘자연에서 배우는 삶’을 담고, 2장 〈계절이 그리는 풍경〉은 ‘자족하는 기쁨’을 노래하고 있다. 3장 〈독락의 시간〉은 ‘정원 가꾸기의 즐거움’에 대해 서술하고, 4장 〈꽃과 나무와 바람에 기대어〉는 수행자의 정원에서 피어난 ‘사유의 조각들’을 따뜻하게 풀어내고 있다.
하지만 책을 관통하는 큰 줄기는 정원 생활의 고요와 기쁨이다. “지금의 기쁨을 말하라면 정원 뜰과 마주하는 것”이라는 그는 봄기운에 기대어 외등이 켜지는 줄도 모르고 일을 하고, 빗소리를 감상하며 조촐한 시간을 보내는 게 독거(獨居)의 즐거움이며, 해가 기운 뒤 산그늘 아래에서 풀을 솎아내고 있으면 마음이 한적하고 편안해진다고 말한다. “오늘은 이만큼만 하자고 미리 눈대중으로 금을 긋지만 일하다 보면 재미가 붙어 번번이 그 경계를 넘는다. 어떤 날은 배고픈 것도 잊은 채 푹 빠질 때가 있다.”는데 자족(自足)과 독락(獨樂)은 그 누구든 활기찬 삶을 살게 하는 에너지가 된다.
그리고 이런 고요와 기쁨 속에서 독자들에게 자연의 섭리 속에 살아가는 방법을 일깨워 준다. “역설적으로 꽃은 지기 때문에 다시 핀다. 변화의 상황을 받아들이지 못하면 꽃은 다시 필 수 없다.”며 자연스러운 변화의 흐름을 따라 나아가고, “집착은 괴로울 수 있으나 집중은 주어진 그 한때를 열심히 사는 방식”이라며 일상에서 집착보다는 집중의 비중을 높이라고 조언한다.
또한 현진 스님은 이 모든 사유 속에 자족과 위로와 응원의 메시지를 담아 전한다. “휴식은 멈추어 있는 것이 아니라 천천히 걸으며 삶의 속도를 조절해 주는 일”이라며 “이제는 힘들 때 괜히 자신에게 힘내라고 주문하지 마시라. 좀 느릿느릿 쉬어 가도 되는 나이다. 내가 없으면 안 된다, 내 손길이 꼭 필요하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날 때 나의 여백과 마주할 수 있다.”고 현재의 삶에 어깨 짓눌리는 모든 이에게 따뜻한 위로를 보낸다.
“늘 탈출하고 싶고 불편하고 마음에 들지 않았던 그 자리가 알고 보면 아름다운 꽃자리 다. 우리가 살아가는 길이 힘들어도 세월의 끝에 서서 보면 그때가 꽃자리였다는 것을 알 게 된다. 그러므로 지금의 삶이 불만이고 시답지 않아도 앉아 있는 그 자리가 종래엔 꽃 자리일 것이다.”
자연을 닮은 수행자의
담백하고 아름다운 산문집
현진 스님은 “쉬운 문장으로 남녀노소 바르게 이해할 수 있다면 그게 명문”이라는 소신 아래 쉽고 간결하며 담백한 문장으로 감상과 깨달음을 전해 왔다. 설명하거나 설득하지 않고 느낌 그대로를 꾸밈없이 전달한다. 그의 문장은 군더더기 없고 담백하며 재치가 번득여서 독자들로 하여금 편안하게 읽고 감동받게 하는 매력이 있다.
“댓돌 적시는 빗방울을 감상하며 조촐한 시간을 보내고 있노라면 말할 수 없는 충만함이 있다. 아무 일도 하지 않았는데 보람된 일을 마주하고 있는 그런 기분”이라거나 “일을 끝낸 지금까지 내 손등에서 구절초 향기가 난다. 가을에 피었다가 말라 버린 구절초 꽃대를 온종일 잘라 주었는데 그 향이 여태 남아 있다. 어제까지만 해도 작업복에서 퇴비 냄새가 났다.” 같은 문장을 읽고 있으면, 함께 그 상황 속에 있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그의 글의 또 다른 특징은 간결한 문체를 즐긴다는 점이다. 그 속에 재기 번득이는 지혜가 엿보이고, 담백한 농담에 피식 웃음이 나기도 한다.
“책 중에 가장 좋은 책은 산책”이라거나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춤은 ‘잠시 멈춤’”이라는 문장, “요즘은 돌아서면 풀이에요.” “그럼 돌아서지 마세요.”라는 대화, “그래서 농담 삼아 ‘초(草)집중’이란 표현을 자주 사용하고 있다. 잔디에 앉아 풀 뽑아내는 일만큼 집중력 높이는 수업을 아직 만나지 못했다.”라는 표현들이다. “완벽함이란 더 이상 보탤 것이 남아 있지 않을 때가 아니라 더 이상 뺄 것이 없을 때 완성된다.”는데 현진 스님의 글은 더 이상 뺄 것이 없는 문장들로 가득하다.
현진 스님의 산문집을 읽으며 담백하면서 아름다운 문장을 만나는 감동은 덤으로 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