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엄경청량소』는 『화엄경』을 중국의 청량 국사가 해석하고 주석을 단 것으로, 자세한 해설과 방대한 분량으로 화엄경의 진면목을 고스란히 드러내 보인 경전이다.
금번 출간된 반산 스님의 『화엄경청량소』는 봉은사 소장 목판 80권 화엄경소초회본을 원본으로 삼아 직접 원문을 입력하고 소(䟽)와 초(鈔)를 번역하였으며 더불어 스님의 견해를 덧붙였다. 스님은 직역(直譯)을 원칙으로 하여 원본의 진면목을 그대로 보여 주고자 노력하였다.
스님은 지난 20여 년 동안 번역 불사에 전념하여 7처 9회 39품의 모든 번역을 마쳤으며 금번 제1회 적멸도량법회와 제2회 보광명전법회 분을 먼저 출간하게 되었다. 앞으로 제3회 수미산정법회부터 제9회 서다원림법회까지 각 법회 단위로 묶어 출간할 예정으로 있다.
봉은사 소장 목판본은 원래 조선 숙종 15년(1689)에 임자도에서 발견했던 성총 스님이 판각 불사를 통하여 유통시킨 징광사(澄光寺) 판본이 그 원본이었다. 그러나 1770년에 화재로 소실되었고, 영조 50년(1774)에 설파상언(雪坡尙彦)이 판각한 영각사 판본이 유통되었는데 이 판본도 역시 1950년의 전란으로 없어졌지만 그 경본만은 남아 있어서 이를 바탕으로 하여 철종대(1855-1856)에 영기(永奇) 스님이 각인(刻印)한 봉은사판이 현존하게 되었다. 이 봉은사판은 영각사판을 복각(復刻)한 것으로 중간에 45장을 보충하였다 한다. 이것이 그동안 강원 대교과(大敎科)의 교재로 쓰여 왔던 유일한 현존판이 되는 것이다.(海住스님 저『화엄의 세계』 참조)
▦ 저자
청량징관
청량국사는 중국의 성당(盛唐) 시절 화엄종을 발전시킨 대종장으로 본래 회계(會稽) 사람으로 성은 하후씨(夏候氏)요 자는 대휴(大休)이며 청량은 덕종이 내린 법호이다.
7세에 출가하여 우두혜충(牛頭惠忠, 683-769), 경산도흠(徑山道欽, 714-792)에 의지해 선을 깨닫고 현수법장(賢首法藏, 643-712)으로부터 화엄의 법을 이었다. 770년경 오대산(五臺山) 대화엄사(大華嚴寺)에서 『화엄경소』 저술을 결심하고 다시 세간의 학문을 배워 육예(六藝), 도사(圖史)와 구류이학(九流異學)과 축경범자(竺經梵字)와 사위오명(四圍五明)에 이르기까지 널리 열람하더니 건중(建中) 4년(783)에 집필에 들어가기 앞서 서응(瑞應)을 구하니 어느 날 꿈에 부처님 얼굴이 산마루에 비치어 그 광명이 천지에 온화하였다. 국사가 손으로 받들어 입으로 삼켰는데 이로부터 한 번 붓을 내림에 막힘없이 4년 만에 『화엄경소』 60권을 완성하였다. 이어서 후학을 위하여 『수소연의초(隨䟽演義鈔)』 40권을 지었다고 한다.(䟽鈔緣起 참조)
“착한 남자여, 이 해탈문의 이름은 ‘세세상의 모든 경계에 들어가서 잊지 않고 기억하는 지혜로 장엄한 갈무리[入三世一切境界不忘念智莊嚴藏]’이니라. 착한 남자여, 이 해탈문 가운데 말할 수 없이 말할 수 없는 해탈문이 있으니, 일생보처 보살이라야 얻는 것이니라.”
大方廣佛華嚴經疏鈔 제79권 官字卷中
제39 入法界品 ⑳
(2) 가피하여 증득하여 들어가게 하는[加令證入] 경문에 이르되,
“이때 미륵보살이 누각에 나아가 손가락을 퉁겨 소리를 내니 문이 열리었고, 선재에게 ‘들어가라’ 하니 선재동자는 기뻐서 들어갔으며, 문은 곧닫혔다.
”
이때 미륵보살은 문수보살에게 다시 갈 때 마음 자세를 다시 당부하나니, 주된 내용은 ‘선지식을 만날 때에 고달픈 생각을 내지 말라’고 다시 당부합니다. 경문에 이르되,
“그러므로 착한 남자여, 그대는 마땅히 문수사리에게 가야 하나니, 고달픈 생각을 내지 말라. 문수사리는 그대에게 모든 공덕을 말하리니, 왜냐하면 그대가 먼저 선지식을 만나고 보살의 행을 듣고 해탈 문에 들어가고 큰 원을 만족한 것은 모두 문수사리의 위덕과 통의 힘이니라. 문수사리는 모든 곳에서 구경까지 얻게 하느니라.”
大方廣佛華嚴經疏鈔 제80권 官字卷下
제39 入法界品 ㉑
제53. 두 번째 문수보살을 만나[再見文殊]서는 제4. 지혜로 둘이 없음을 비추는 모양[智照無二相]이니 선재동자는 다시 문수보살을 찾아간다. 이것은 수행에 나선 중생이 불법의 본원에 가까워진 것을 상징하는 것이니, 곧 ‘일생보처 보살의 지위’에 오른 것을 뜻하며, 시각(始覺)이 본각(本覺)과 같아짐을 밝힌 것이요, 제53. 보현보살 선지식은 제5. 인행이 광대함을 밝힌 모양[顯因廣大相]이니 곧 묘각의 지위이다. 깨닫는 장면에 이르되,
“또 보니, 보현보살의 몸에 있는 낱낱 털구멍에서 모든 세계의 티끌 수 광명구름을 내어 법계와 허공계의 모든 세계에 두루하며, 모든 중생의 괴롬과 근심을 멸하여 보살들을 매우 환희하게 하였다. 또 낱낱 털구멍에서 모든 세계의 티끌 수 같은 갖가지 빛 향불꽃구름을 내어, 법계와 허공계에 있는 모든 부처님의 대중이 모인 도량에 두루하여 널리 풍김을 보았다. …보현보살의 모공에 들어가 한 털구멍에 한 걸음씩 나아가 말할 수 없는 세계를 지나 보현보살과 같아지고 부처님과 같아지며 세상과 같아지고 행리가 같아지고 해탈과 자재함도 모두 같아져서 다름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