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지품(十地品) [4]에서는 제6 현전지(現前地)와 제7 원행지(遠行地)를 설하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먼저 현전지(現前地)란, 번뇌를 끊고 무위진여(無爲眞如)가 드러나는 경지를 말한다. 십지 중 다섯 번째 단계인 난승지(難勝地)의 보살이 만물이 평등한 이유를 깨달으면 현전지에 들어가게 된다고 한다.
현전지 지위의 보살은 부지런히 정진하여 백천억 모든 삼매를 이미 얻었고 한량없는 부처님도 뵙게 되니 비유하자면 한여름의 뜨거운 태양이 세상을 비추듯 왕성하다고 표현했는데 현전지의 법문은 매우 깊고 미묘하여 소승들은 알 수 없는 경지라고 한다. 현전지에 오르면 보살이 선화천왕이 되어 짓는 것이 자재하며, 일체 성문의 있는 질문으로 굴복시킬 수 없으며, 중생들로 하여금 아만을 없애고 연기에 깊이 들어가게 하며 보시하고 사랑스러운 말을 하고 이익하게 하는 행을 하고 일을 같이 한다. 또한 이와 같은 일체 모든 짓는 바 업이 모두 부처님을 생각함을 여의지 아니하며, 내지 일체 종과 일체 지의 지혜 구족하기를 생각함을 여의지 아니한다.
다음으로 원행지(遠行地)란, 이승(二乘)의 깨달음의 영역을 넘어서 원대한 진제(眞諦)의 세계에 이른 경지를 말한다.
원행이란 삼계(三界)에서 멀리 떠난다는 뜻이며, 심원지(深遠地)라고도 한다. 이 지위의 보살은 법왕(法王)의 지위에 거의 다가간 상태이다. 〈십지품〉에는 이 지위에 오른 보살은 번뇌가 있다고도 할 수 없고, 번뇌가 모두 사라졌다고도 볼 수 없다고 되어 있다. 번뇌가 생기지는 않으나 아직까지 부처의 지혜를 갖추지 못한 상태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곧 무상정등각의 지혜는 아직 갖추지 못하였으나 대원력(大願力)과 대지혜력(大智慧力) · 대방편력(大方便力)을 갖추고 중생들을 구제한다.
이 지위에 오른 보살은 바로 앞 단계인 현전지(現前地)에서 열 가지 묘행(妙行)을 닦는데 원행지의 보살을 비유하면 햇빛은 달이나 별 따위의 빛으로는 미칠 수 없으며 남섬부주에 있는 진창들을 모두 말려 버리는 것과 같이 이 원행지의 보살 또한 그와 같아서 일체 이승으로는 미칠 수 없으며 모든 중생의 번뇌 진창을 모두 말려버린다고 설하고 있듯 그 공과는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고 할 수 있다.
계룡산 동학사 전문강원을 졸업하였으며 동국대학교 불교대학 및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가산지관 대종사에게서 전강하였고, 동국대학교 불교대학 교수와 동학승가대학 학장 및 화엄학림학림장, 중앙승가대학교 법인이사를 역임하였다.
현재 수미정사 주지로 주석하며 동국대학교 명예교수로 있다.
저·역서로 『의상화엄사상사연구』, 『화엄의 세계』, 『정선 원효』, 『정선 화엄 1』, 『정선 지눌』, 『법계도기총수록』, 『해주스님의 법성게 강설』 등 다수가 있다.
26. 십지품(十地品) [4]
해주 스님의 『사경본 한글역 대방광불화엄경』은 말 그대로 사경 수행을 위한 책이다. 스스로 읽고 쓰며 수행하는 힘을 기르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화엄경』의 요의를 깨달아 가는 수행서다. 교단에 머물며 화엄학 연구와 수행에 매진해 온 해주 스님이 퇴임 후에도 『화엄경』 사경을 통해 수행하며 스스로를 점검하는 한편 불자들의 화엄 신행 여정을 함께하고자 하는 발원과 정성을 불사에 담았다.
사경본은 동시에 발간된 독송본에 수록된 한글역을 사경의 편의를 위해 편집을 달리하여 간행한 것으로 한글 번역만 수록되었다. 사경을 마치면 한 권의 한글 독송본이 되므로 원문 없이 한글 독송만을 원하면 사경본만 갖추어도 된다.
한글역은 독송과 사경이라는 책의 역할을 고려하여 읽고 쓰면서 이해하기 쉽도록 가독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추었으며, 글자 크기를 키워 피로도를 줄이고 독송하기 쉽도록 편집하였다.
선지식의 법문과 강설을 통해 해소되지 않는 의구심을 푸는 것은 보리심을 내어 신행하는 수행자의 몫이다. 공부의 깊이를 더하는 원력은 오롯이 자신에게 있다. 눈으로 보고 소리 내어 읽고 한 구절 한 구절 따라 쓰다 보면 어느 순간 툭 문리가 트이고 경안이 열릴 것이다.